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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미국서 모델3·모델Y '급제동' 신고 사례 급증

방성훈 기자I 2022.02.03 11:01:10

최근 3개월 미 NHTSA에 팬텀 브레이킹 불만 폭주
작년 11월~올 1월 107건…이전 22개월간 34건과 대비
작년 10월 리콜·SW 업데이트 등 시스템 변경후 급증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차량이 고속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는 현상, 이른바 ‘팬텀 브레이킹’(phantom braking) 문제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급제동으로 위험에 처했다는 불만 및 신고 사례가 최근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사진=AFP)
작년 10월 리콜·SW 업데이트 이후 신고 급증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3개월 동안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신고된 테슬라 차량에 대한 불만을 분석한 결과, 2019년에 출시된 모델3, 2020~2022년 출시된 모델3 및 모델Y의 팬텀 브레이킹 사례가 1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22개월 동안 34건 대비 눈에 띄게 급증한 것이다. 아울러 해당 모델 차량과 관련된 전체 신고 건수(189건)의 절반 이상인 57%를 차지한다.

테슬라 차량의 팬텀 브레이킹에 대한 지적은 관련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오랜 기간 제기돼 왔다. 대부분은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던 도중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차량에는 두 가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다. 차량 간 간격 및 차선 유지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오토파일럿’이 기본 장착돼 있으며, 평생(1만 2000달러) 또는 월간(199달러) 구독료를 내면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FSD는 자동 차선변경과 신호등 인식, 운전자가 주차장에서 차량을 부를 수 있는 ‘스마트 호출’ 등의 개선된 기능을 추가 제공한다.

NHTSA에 접수된 불만은 작년 11월 51건, 12월 32건, 올해 1월 24건으로 테슬라가 지난해 10월 리콜을 진행하기 시작한 이후 급증했다. 당시 테슬라는 FSD 베타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차량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 자동 비상 제동 시스템이 오작동하고 있다며 리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 등은 전날 테슬라가 FSD 베타 버전을 탑재한 미국 내 테슬라 약 5만 3822대를 리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FSD 소프트웨어가 정지 신호에서 완전히 멈추지 않고, 속도만 살짝 줄인 뒤 그대로 주행하는 ‘롤링 스톱’(Rolling Stop)을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능 역시 지난해 10월에 진행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 추가됐다.

테슬라는 또 같은 시기에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카메라 제품군을 보완하기 위해 차량의 레이더 센서 사용 기능을 중단했다. 앞서 테슬라는 같은 해 5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모델3 및 모델Y 차량에는 기존 레이더 센서 대신 ‘비전’ 시스템을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8개의 카메라를 이용해 자율주행을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차량 주변 최대 250m까지 360도 시야를 제공하며 12개의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물체를 감지할 수 있다고 테슬라는 소개하고 있다.

WP는 “리콜 및 레이더 센서 사용 중단 시기와 불만 접수가 급증한 시기가 일치한다. 테슬라 차량 소유자와 안전 전문가들은 시스템 변경 이후 오작동이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AFP)
불만 제기 차량 소유주들 “목숨 위협” 한목소리

NHTSA에 접수된 불만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 테슬라 차량 소유주는 반대편 차선에서 다가오는 대형 트럭을 인식한 뒤 시속 80㎞로 달리다가 급제동하며 미끄러졌다고 보고했다. 일부 소유주들은 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팬텀 브레이킹 현상이 발생했다고 우려했다. 심지어 차량 소유주의 임신한 아내가 급제동으로 배에 충격을 받는 일도 있었다.

한 운전자는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는 물론 나와 승객 모두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었다. 그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며 “테슬라 차량에 이같이 심각한 안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7년형 모델X를 소유한 또 다른 운전자는 “과거 팬텀 브레이킹 현상이 있긴 했지만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2021년 5월 ‘비전’ 소프트웨어 배포 이후 밤낮으로 발생했다. 매일 팬텀 브레이킹을 경험했다”고 꼬집었다.

NHTSA는 팬텀 브레이킹 관련 조사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 등과 관련해 테슬라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NHTSA 대변인은 “접수된 소비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위험 기반 프로세스를 통해 이를 검토하고 있다. 프로세스에는 제조업체와의 논의와 조기 경보 보고 데이터 및 추가 데이터에 대한 검토가 포함된다”며 “데이터에 위험이 존재한다고 판단되면 즉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홍보 부서를 해체한 테슬라는 WP의 관련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WP는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그동안 오토파일럿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회사의 운전자 지원 접근 방식에 대한 책임과 성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리콜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안전 문제를 포함한 규제당국의 엄격한 조사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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