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사고 축소은폐 `급급`..미숙 대응 `도마`

김기훈 기자I 2011.03.28 11:26:10

방사성물질 유출, 체르노빌 때 능가
사고 대비 `수준이하`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도 더 지났지만 사태 수습의 길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지목되던 냉각장치 복구 작업은 상당 부분 진전됐지만 원자로 내의 물웅덩이에서 매우 높은 수치의 방사선량이 검출되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며 작업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와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의 미숙한 대응과 불협화음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 원전 불안 여전..방사성 물질 유출, 체르노빌 사고 능가
▲ 출처:이코노미스트
지난 26일 도쿄전력은 원전 1~6호기 중 4호기를 제외한 모든 원자로의 중앙제어실에 전력을 공급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원자로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제어실의 기능이 회복된 만큼 내부 상황의 파악이 한결 수월해져 사태 수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다음날 1~3호기 터빈실의 물웅덩이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물웅덩이는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 배관이 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는 것.

일본 당국은 격납용기나 압력용기 자체의 훼손은 없다며 방사선 노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앞서 원전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은 물론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면서 불안해질 대로 불안해진 민심을 수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리아 기상지구역학 중앙연구소(ZAMG)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량과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986년 발생한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보다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이 대기 중에 방출됐다고 밝혔다.

사고 원전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사고가 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사고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정부·원전 운영사, `주먹구구식` 대응
상황이 이처럼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대응은 미숙하기 짝이 없다. 일본 정부는 국내외의 비판에도 방사성 물질 유출 사실을 축소,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지난 17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각 지자체에 공지한 식품 방사성 물질 기준치 중 식수(성인 기준)의 요오드 함유량은 리터당 300베크렐, 세슘은 200베크렐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보다 각각 30배와 20배나 높다. 일본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수도 도쿄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자국민에게 주장해 왔다.

또 정부는 플루토늄 유출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하다 27일에서야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플루토늄은 우라늄보다 그 위험성이 수십 배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고 원전 폐연료봉에 함유된 플루토늄239는 특히 치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고 초기 도쿄전력에 수습 전반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일본 정부는 잇따른 추가 사태 발생에 대해서도 도쿄전력에 책임을 넘기는 자세로 일관해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뒤늦게 밝혀진 사실들로 정부는 국민을 우롱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도쿄전력 역시 실수연발이다. 도쿄전력은 27일 원전 2호기 물웅덩이에서 정상치의 1000만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측정 오류가 있었다며 수치를 10만배로 변경하는 등 어처구니없는 대처 자세로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본 정부와 원전 전문가들이 지진에 따른 쓰나미의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원전 사고를 더 키웠다고 지적했다. NYT는 해안가에 원전을 설립한 후 수십 년간 쓰나미 피해에 대한 대응 방침조차 세워두지 않다가 지난 2006년에서야 지침을 만들었을 정도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 대비 능력은 수준 이하였다고 비판했다.

일본 대지진

- 동일본 대지진에 웃은(?) 日 기업은 어디 - 日 원전서 원자로 내부 수준 방사선 검출 - 日 쓰나미 피해노인 돕는 로봇물개 `파로`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