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주식시장이 약세 함정(Bear Trap)에 빠져든 것인가. 주가가 연일 바닥을 파고 있다. 주가지수는 연일 저점을 낮춰가고 있고, 개별종목도 초토화된 형국이다.
듣기 좋은 말도 자주 들으면 짜증이 난다는데, 주가의 곤두박질 소식을 연일 접해야만 하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오죽할 것인가. 그만큼 어려운 형국이다.
어느덧 7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증시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세계 주요증시의 동반하락세와 개별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감은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하락종목수 올들어 세번째로 많아
23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13.50포인트(2.51%) 떨어진 524.21포인트
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2.94포인트(4.38%) 하락한 64.14포인트를 기록했다. 두 시장 모두 거래량은 2억6천만주를 살짝 넘었다.
거래대금을 본 시장의 유동성은 더욱 취약한 모습이다. 거래소시장의 거래대금은 9956억원으로 1조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코스닥도 1조510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거래부진 속에 주식값이 떨어진 종목은 거래소(725개)와 코스닥(537개)을 합쳐 1262개에 달했다. 이날 하락종목수는 이달 9일(1339개)과 지난 3월13일(1264개)에 이어 올들어 세번째로 많은 것이다.
반면 주식값이 오른 종목은 거래소(105개)와 코스닥(76개)을 합쳐 181개에 불과했다. 때문에 이날 상승종목은 올랐다는 그 자체로만으로도 돋보이는 하루였다.
◇"빅5종목"중 SK텔레콤 고군분투
거래소시장의 시가총액 "빅5종목"중 SK텔레콤만이 유일하게 상승했다. SK텔레콤은 500원(0.25%) 오른 20만20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은 각각 3000원과 300원이 떨어진 17만3000원과 2만1700원을 나타냈다. 한국통신과 포항제철은 보합권에 머물렀다.
SK텔레콤의 강보합세로 이날 통신업종지수만 상승(+0.19%)했지만, 외국인은 이날 통신주를 영업일 기준 8일만에 순매도(-77억원)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136억원)를 비롯 국민은행(46억원), 주택은행(32억원), 현대모비스(30억원), 태영(27억원) 등의 순으로 순매수한 반면 현대자동차(182억원)를 필두로 하이닉스(119억원), SK텔레콤(79억원), 신한은행(75억원), 포항제철(51억원) 등을 내다 팔았다.
특히 하이닉스는 외국인의 20일째 이어진 순매도 행진으로 205원(14.64%)이 떨어진 1195원으로 연일 사상최저 주가를 경신중이다.
◇세계증시 동반하락세
이날 서울증시만 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주말 미국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2000선을 간신히 턱걸이한데 이어 일본증시도 이날 큰 폭으로 떨어졌다.
닛께이지수는 지난주말 보다 298.76포인트(2.5%) 하락한 1만1609.63엔으로 지난 84년 3월7일 이래 16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증시도 함께 하락세를 걸었다. 유럽쪽도 영국의 FT100지수를 비롯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 증시가 약세로 출발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증시의 동반하락세는 세계경제의 회복지연과 맞물리면서 악순환의 골을 만들어가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증시의 경우 꼬여있는 수급구조와 취약한 거래량, 그리고 재료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증시의 동반약세는 설상가상의 부담으로 와닿고 있다.
◇외국인, 선물 누적매도포지션 급증
선물지수도 이날 1.20포인트(1.81%) 하락한 65.10포인트로 마감하면서 현물시장과 궤를 같이했다. 이날 시장베이시스는 0.25포인트로 영업일 기준 사흘만에 콘탱고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은 1749계약의 매도포지션을 취하며, 지난주말에 이어 연이틀 매도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0일이후 하루걸러 포지션을 변경했던 매매패턴을 벗어나 이틀째 매도에 나선 것이다.
특히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포지션은 이날 1만4000계약을 넘어서 지난해 2월 이후 17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중이다. 6월물 선물 만기일을 앞두고 1만3000계약 이상의 순매수포지션을 나타낼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의 이같은 선물 매매행태에 대해 시황분석가들은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장세관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을 내리고 있다. 또 이날 미결제약제수량이 지난주말 보다 3238계약이 늘어난 6만1557계약으로 급증한 것도 약세쪽으로 방향을 잡은 투자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아마존/텍사스 인스투루먼트 실적발표
미국은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주요기업의 실적이 발표된다. 우선 우리시간으로 오늘밤(23일) 인터넷업종인 아마존과 반도체업종인 텍사스 인스투루먼트(TI)사의 실적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그리고 24일에는 AT&T와 맥도널드, 25일에는 듀퐁과 쥬니퍼넥트웍스, SBC 커뮤니케이션 등의 실적이 발표된다.
미국 주요기업의 50% 이상이 이미 실적을 발표한 만큼 불확실성은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한 확인작업이 요구된다. 최근의 시장흐름은 악재에 민감하고, 호재에 둔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어닝시즌과 맞물리는 이번주말(27일)에 발표될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결과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GDP성장률의 결과에 따라 뉴욕증시가 출렁일 가능성이 높고, 이에따라 국내증시도 따라 움직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뢰밭 건너기..생존이 최우선
주식시장엔 대비되는 증시격언이 많다. "예고된 대란은 없다"는 말과 "기다리는 반등은 없다"란 말도 이 경우에 속한다.
주가의 낙폭과정만 놓고 본다면 현장세는 기술적 반등이 언제라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도 개장초 반등을 시도했지만 일순간에 무산되고 말았다. 단기반등을 겨냥한 투자자들로서는 지칠수 밖에 없는 시세흐름을 보인 것이다. 앞서 거론했던 "기다리는 반등은 없다"는 말이 어울렸던 하루였던 셈이다.
주가의 낙폭이 심화되고는 있지만, 바닥권의 공감대는 아직 확산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막연한 반등을 기대하기 보다는 바닥확인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미국과 국내 주요기업이 함께 어닝시즌을 맞고 있다. 세계증시도 동반하락 분위기다. 무엇보다 경기회복 지연우려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분석가는 이같은 증시상황 놓고 "지뢰밭을 건너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살아남는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확실한 정답은 없다. 다만 이미 손절매 시기를 놓친 투자자들은 투매 보다는 기다리는 자세를, 현금비중이 높은 투자자는 때를 사는 자세가 요구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