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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뉴딜]정부가 꼽은 명품사례보니…민관 협력이 핵심

정다슬 기자I 2018.03.27 11:24:44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도시재생뉴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벤치마킹할 만한 명품 도시재생 사례로 꼽은 곳은 스페인의 포블레노우, 미국 사우스레이크유니언, 독일의 팩토리베를린이다. 국가도, 재생 방향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정부와 민간 주체가 협업이 필수적이었다는 것이다. 민간 주체는 시장 수요를 충실히 반영해 재생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정부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고 재생을 기반할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중점을 둔 것이 성공비결이었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지원하고

‘제2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시애틀 사우스레이크유니언 지역은 정부와 민간이 협업해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이 지역은 개발 전에는 낙후된 창고시설 밀집지역이었으나 2012년 말 부동산개발회사인 벌캔부동산(Vulcan Real Estate)이 대규모 업무시설을 새로 지으며 본격적인 재생에 들어갔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시의회가 도시 재생을 위해 용적률과 높이 인센티브를 주면서 사업성이 좋아진 것이 계기였다.

그 결과 이곳에는 세계 최대 온라인유통기업인 아마존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들어서고 관련 중소IT기업들이 모여들며 지역생태계가 성장했다. 현재는 구글, 페이스북, 애플, 트위터, 드롭박스, 일렉트로닉아츠, 알리바바 등의 기술본부가 있다.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CBRE은 2017년 기술인재 보고서에서 시애틀을 실리콘밸리가 있는 실리콘밸리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뜨거운 하이텍(HighTech) 시장으로 지목하기로 했다. 특히 시애틀은 25세 이상 주민의 학사학위 이상 소지율이 62.1%로 학력 수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ICT 생태계가 갖춰지며 미국 각지의 젊은 세대가 모여든 결과이다. 2014년 기준 만 25~44세 젊은 층의 인가증가율은 28%로 시애틀 평균 증가율의 3배에 달한다.

정부는 늘어나는 인구에 맞춰 쾌적한 주거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대중교통, 보행, 자전거 등 다양한 교통시설에 투자했다. 또 기업, 연구소, 개인 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기반이 갖춰지자 인접지역인 케피톨힐, 퀸앤 등에 호텔, 콘도, 판매시설 등 상업시설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며 지역경제도 활성화됐다.

△팩토리 베를린 전경[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옛 동베를린의 낡은 양조장 건물을 개조해 유럽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창업공간이 된 팩토리 베를린 역시 민간 사업자 우도 슐뢰머(Udo Schloemer)의 작품이다.

2011년 지어진 이 공간은 스타트업부터 신생기업, 투자전문회사, 트위터나 사운드클라우드 같은 대형 IT기업들이 함께 입주해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시너지효과를 누리고 있다. 스타트업의 공동작업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창업가, 프리랜서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멤버십을 통해 수준 높은 강의나 설명회 등을 들을 수 있다.

사무실과 회의실, 무료카페 등 창업가에게 필요한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받을 수 있자 스타트업과 예비창업가들의 입주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팩토리 베를린은 개장 1년 만에 증축을 결정했고 구글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지역커뮤니티를 통해 단계적 재생

△22@Barcellona 프로젝트 재생사업 조성계획
사우스레이크유니언이나 팩토리 베를린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충실하게 지원한 케이스라면 스페인 포블레노우는 정부가 청사진을 세우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협조한 케이스다. 쇠락한 공업지역이었던 스페인 포블레노우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계기로 부활했다. 올림픽 개최 준비의 일환으로 추진된 디어고날 거리( Diagonal Avenue) 확장사업을 계기로 연안 외곽순환도로·지하철·트램·광역도시권 철도·고속철도 등 종합적인 교통망을 갖춘 교통요지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포블레노우 지역 재편 가능성을 발견한 바르셀로나시는 2002년 ‘22@바르셀로나플랜’을 승인했다. 공업지역에서는 공업 이외의 토지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던 규제를 풀어낸 것이다.

도시재생은 ‘22 ARROBA BCN S.A’라는 바르셀로나 시의회에 의해 설립된 프로젝트 네트워크 조직이 주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의회 관계자, 기업, 민간전문가 등 이해관계자가 모인 지역사회 커뮤니티이다. 22 ARROBA BCN는 △1단계 도시건물, 인프라 개선 등의 물리적 환경을 조성 △2단계 다양한 주체들을 통합하는 경제활동 촉진 △3단계 지역전문가와 주민들의 상호관계 증진 등 단계적 개발 전략을 수립해 도시재생의 전 과정을 프로젝트 단위로 수행해왔다.

먼저 이곳에 존재했던 114개 공장 건물을 그대로 복원해 에너지, 메드텍(MedTech), 미디어(Media), 정보기술(IT-Mobile) 등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각에 특성에 맞는 공간환경을 조성했다. 또 대규모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트램 노선과 보행자 전용도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어 교통체제를 정비했다. 22@혁신지구 전체에 광역무선통신망을 깔고 자동쓰레기 수거시스템, 친환경에너지 시스템 등 첨단 인프라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혁신지구 10% 터를 대학에 무상으로 제공해 각 키워드에 특화된 10개 대학 캠퍼스를 유치했다.

도시 환경이 좋아지고 대학을 중심으로 인재가 몰려들자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혁신지구를 찾기 시작했다. 민간에 개발권을 주고 건축물을 높일 수 있도록 용적률을 완화한 것도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됐다.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제선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은 10~20년을 바라보는 사업인데 이날 발표된 도시재생뉴딜 플랜은 문재인정부 재임기간만 있다”며 “연간 250곳을 하겠다는 양적확대에 치중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재생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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