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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업무보고]100일 갓 넘긴 청탁금지법 개정 움직임…권익위 미묘한 입장변화

장영은 기자I 2017.01.11 09:30:00

黃대행 개정 검토 지시 이후 정부 내 미묘한 기류 변화
"가액 기준은 융통성 있는 것…경제부처 이야기 들어보겠다"
권익위 내부선 아직 부정적…"국민지지 높고 경제 효과 불확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시행된 지 100일을 갓 넘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개정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9월 28일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설)을 앞두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직접 검토 작업을 지시하면서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 5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령(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과 관련해 향후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 도입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동안 유관 부처 등에서 개정 요구가 있기는 했지만 정부 수장이 공식적으로 검토 지시를 내린 것은 법 시행 이후 처음이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시행 초기부터 농수축산업은 물론 자영업 등 일부 업종의 거센 반발이 있었으나 ‘청렴문화 정착’이라는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 속에 법 제정이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짧은 기간 동안 정부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 黃대행 ‘검토 지시’에 정부 내 기류 변화

황 권한대행의 발언 이후 ‘요지부동’이던 국민권위원회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권익위는 11일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 수정·보완 요구와 관련 ‘3(음식)-5(선물)-10(경조사비)’ 가액 기준 등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경제부처들이 실태조사를 근거로 의견을 낸다면 들어보겠다고 밝혔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의에 “기본적으로 소위 3·5·10 규정 가액한도 규정은 절대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사회적인 또는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운용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법률보다는 시행령에,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시행령을 규정한 가액 기준 상향 요구 등에 대해 2018년까지 타당성을 검토해 개선하기로 한 일몰 규정을 들며 ‘선(先) 시행 후(後) 검토’ 입장만을 고수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성 위원장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3·5·10 가액기준과 외부강의료 상한액의 타당성을 검토헤 개선 조치를 해야 한다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사의 일몰규정에 대해서도 “법문대로 하자면 그때까지는 일단 (원안대로) 시행을 해보는 것이 원칙일 것”이라면서도 “‘‘-까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성 위원장은 “기재부로부터 (청탁금지법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바는 아직은 없다. 실태조사를 아마 진행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해야 될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 성영훈 위원장 “아직 100일 밖에 안 됐다”…법 개정 논의엔 부정적

정부 내 이 같은 기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청탁금지법의 주무부처로서 권익위는 여전히 법 개정보단 현행을 유지하면서 성공적인 안착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영훈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로서는 현 시점에서 시행령 개정이 논의되는 데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명절과 같은 특정 기간을 배제하는 것은 시행령이 아닌 국회의 법률 개정 사안이며 △가액 상행 조정의 경우 관련 업종은 물론 국민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현 경제상황과 청탁금지법 시행간의 상관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국민 여론의 대다수가 현행 청탁금지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거듭 강조했다.

성 위원장은 3·5·10 가액 기준에 대해 “법률에서 방향규범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좌측통행을 할 것이냐, 우측통행을 할 것이냐? 에스컬레이터를 한줄 타기를 할 것이냐, 두 줄 타기를 할 것이냐?’와 같이 일종의 방향규범이기 때문에 국민 다수의 의견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는 “농축수산, 화훼단체 등에서는 적용의 배제나 가액의 상향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학부모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오히려 엄격한 가액기준을 요구하고 있다”며 “ 지난해 11월에 (여론)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재의 3·5·10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55.2%, 이것보다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것이 14.9%, 현행을 유지하거나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70.1%”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황 대행의 지시와 관련해서도 제정지원이나 정부 시책을 통한 방안 등 측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며 법 개정만을 위한 지시는 아니었다고 봤다.

성 위원장은 “예를 들면 지금 AI(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계란 수급에 엄청난 문제가 생기는데, 관세, 항공료, 기타 대단히 다양한 정책수단이 제공되고 있다”며 “화훼나 농축수산이나 요식업에 대해서도 혹시 피해가 어느 부분에 어떻게 있다고 한다면 보완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단이 같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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