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긴축을 딛고 이례적인 호황을 보인 미국 경제가 한꺼번에 네 가지 악재 부닥쳤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로 인해 올해 4분기부터 0%대 성장률로 급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돈줄 조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침체가 닥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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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확대시 성장률 0.1%P 하락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올해 가을 미국 경제는 파업, 셧다운, 학자금, 유가 등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각각 그 자체로는 큰 피해를 주지 않겠지만 고금리로 경기가 냉각 중인 상황에서 네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오면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WSJ가 인용한 EY 파르테논의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올해 3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 기준)은 3.5%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각각 0.6%, 0.7%로 내려앉을 것이라고 EY 파르테논은 전했다. 0%대 침체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2분기 이후로는 1.1%→1.6%→1.7%를 각각 기록할 것이라고 점쳤다. 그레고리 다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모든 요인에 대한 네 배의 위협”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3분기 3.1%에서 4분기 1.3%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가 꼽은 첫 번째 악재는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의 파업이다. UAW는 최근 임금 46% 인상 등을 요구하며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이른바 ‘빅3’ 제조사를 상대로 사상 첫 동시 파업에 들어갔고, 숀 페인 UAW 위원장은 파업 참가 사업장을 20여개 주에 걸쳐 있는 GM과 스텔란티스의 38개 부품 공급 센터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UAW 조합원 중 빅3 소속은 14만6000여명이고, 현재 파업 참가 중인 조합원은 1만8000여명이다. 파업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WSJ는 “더 광범위한 파업이 자동차 생산량을 줄여 차량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며 “자동차 부품업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대규모 파업이 지속할 경우 성장률을 매주 0.05~0.10%포인트씩 깎아 먹을 것으로 점쳐진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성장세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게이브 에를리히 미시건대 이코노미스트는 “파업 자체가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른 악재들까지 더하면 험난한 4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셧다운시 80만 공무원 무급 휴가
또 다른 복병은 연방정부의 셧다운 우려다. 미국 의회는 이달 말까지 차기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그 처리가 늦어지면서 정부가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업무 마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셧다운에 돌입하면 정부 근로자 약 80만명이 강제 무급 휴가에 돌입한다. 이는 소비 위축을 더할 수 있다. 이들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만큼 정부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감소하는 점 역시 경제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미국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2018년 12월 당시 5주 셧다운이 발생했을 때 2018년 4분기와 2019년 1분기 성장률은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달 1일 연방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도 부담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2020년 3월 교육부가 상환을 일시 중단한 이후 많은 대출자가 상환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파고의 추정을 보면, 이로 인해 향후 1년간 미국인들의 주머니에서 1000억달러(약 133조6000억원)를 빼내 갈 수 있다. 이는 소비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WSJ가 마지막으로 거론한 악재는 유가 폭등세다. 최근 대표적인 국제유가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JP모건체이스는 내년에는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점쳐 주목 받았다. 이 역시 학자금 대출 상환과 함께 외식, 연휴 선물 등을 위한 미국 가계의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항공료 등 각종 서비스 가격은 이미 치솟으며 소비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유가발(發)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면 연준이 더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해야 할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연준의 강경 매파 기조는 그 자체로 경제에 마이너스 압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