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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마스코트가 바로 나, 눈도 깜빡이지 마세요"

이정현 기자I 2019.02.01 09:00:00

코뿔새 ‘자주’ 역할로 주목받은 앙드레 쥬슨
철사 연결해 만든 인형으로 살아있는 듯 ‘감탄’
핸디퍼펫 캐릭터 신경쓸 것 많아.. 마스코트 역할에 기뻐
한국 첫인상은 '추위'…"언젠가 '찜질방' 갈래요"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왕의 집사인 코뿔새 자주 역을 맡은 배우 앙드레 쥬슨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인형연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목을 길쭉하게 폈다가 감췄다. 큰 눈을 껌뻑이며 날개를 파닥거리는 모습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작은 인형이 어떻게 저토록 정교하게 감정을 표현하며 움직이는지 신기하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 출연하는 캐릭터 ‘자주’다.

“자유자재로 인형을 조종하기 위해 두 달여의 시간이 필요했다.” 자주를 연기하는 배우 앙드레 쥬슨은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밝혔다. 호주 출신으로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에 참여 중인 그다. 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공연에 이어 이달 9일부터는 서울 공연에서 능청맞은 연기로 ‘라이온 킹’의 마스코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쥬슨이 연기하는 자주는 코뿔새이자 왕의 집사다. ‘라이온 킹’의 주인공 심바부터 선대인 무파사, 왕위를 찬탈하는 스카까지, 집사로서 다양한 캐릭터와 만나고 부딪히며 극을 이끈다. ‘라이온 킹’의 대부분의 캐릭터가 탈을 쓰는 방식인 데 반해 자주는 배우가 손으로 조종하는 퍼펫이다. 흰색과 주홍색으로 칠한 깃털을 가느다란 철사 등으로 연결해 움직인다. 극에 등장하는 퍼펫 중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인형 자체로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분장한 인형술사가 직접 무대에 올라 연기를 병행해야 하기에 연기 난이도가 가장 높다. 배우는 집사임을 강조하기 위해 서양식 정장을 입는다.

자주는 누군가의 팔 위에 앉기도 하고 모자 위에 오르기도 한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사람과 퍼펫이 동시에 연기하는 ‘이중노출’ 캐릭터다. 쥬슨은 “자주는 다른 캐릭터와 달리 배우가 무대에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며 “어떻게 해야 퍼펫의 감정을 객석에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고 ‘라이온 킹’에서 선보이는 연기는 그 결과물”이라 말했다.

“무대에 오르면 한 명의 배우가 아닌 자주 그 자체가 되려고 한다. 이중노출이라 내가 인형을 손에 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그 전체가 자주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따로 구분하기보다 하나로 봐줬으면 한다.”

쥬슨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진 ‘라이온 킹’ 호주 투어부터 참여했다. 하이에나인 에드와 사자 스카의 커버를 연기하다 자주로 이어졌다. 공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대사를 개사해 ‘동대문 시장’을 언급하는 등 한국 관객에 다가가려 노력 중이다.

“호주와 달리 한국은 정말 춥다.” 쥬슨은 처음 찾은 한국의 인상으로 추위를 꼽으며 웃었다. 가족을 떠나 외국에서 공연을 이어가는 건 힘들지만 낯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즐기고 있다. “공연 일정을 소화하느라 여유가 부족하지만 한국의 절은 꼭 방문하고 싶다. 다양한 한식을 먹고 싶으며 ‘찜질방’은 꼭 가볼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에서 시작한 ‘라이온 킹’은 현재 서울을 달구고 있다. 4월부터 부산에서 이어진다. 쥬슨은 관객에게 ‘라이온 킹’의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자막’을 보다 ‘무대’를 놓친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라 했다. “자막 한두 줄 못 본다고 극을 이해 못 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웅장한 무대와 아름다운 음악을 즐겨야 ‘라이온 킹’의 진면모를 본 것”이라고 강조하며 “첫 번째 넘버인 ‘서클 오브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서는 절대 지각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라이온 킹’은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4월 11일부터는 부산에서 새로 문을 여는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에 개관작으로 선다. 부산에서 한국공연을 마무리한 뒤에는 대만으로 건너간다.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왕의 집사인 코뿔새 자주 역을 맡은 배우 앙드레 쥬슨이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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