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低' 정권 출범..긴장하는 전자부품업계

임일곤 기자I 2012.12.26 15:13:09

日 자국 수출기업 돕기위해 엔저 정책 강조
전자부품, 가격경쟁력 무기로 한국업체 위협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고 공언한 일본 아베 정권이 26일 공식 출범하면서 일본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국내 전자부품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강력한 엔화 약세 유도 정책으로 일본의 전자부품 산업이 살아나면 자칫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을 이끄는 아베 신조 총재는 총리 취임에 앞서 지난 11월 “일본은행법을 바꿔서라도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해 엔고를 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취임을 사흘 앞두고서는 “달러-엔 환율은 90엔 선이 적정하다”며 현재 달러당 85엔대 수준인 엔화값을 떨어뜨려 자국 수출 기업들을 돕겠다고 천명했다.

엔화 강세를 막기 위해 총리가 외환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때 ‘전자왕국’이었던 일본이 부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관련 업계에선 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TV 및 휴대폰 산업이 한국에 밀려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에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해도 쉽게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완제품이 아닌 장비나 재료 및 소재 등에선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업체들을 위협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전자기기의 회로를 구성하는 부품 가운데 저항기나 콘덴서 같은 이른바 수동부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수동부품은 스마트폰 같은 조립 제품에 많게는 수백개씩 들어가는 범용 부품인데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 업체들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만드는 삼성전기측은 “엔저로 인해 일본 경쟁사의 경쟁력이 상승할 것을 보여 일정 부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선 일본의 전자회로 및 세라믹 제조사인 아이비덴이나 스마트폰 주요 부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제조사 무라타 등이 엔화 약세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엔화 흐름이 약세로 접어들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를 비롯해 TV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 업체에선 오히려 부품 및 장비 단가나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해 긍정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업체들이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을 전환하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장비의 일부분은 일본 업체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엔화 약세는 오히려 생산라인 절감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며 “다만 엔화 약세 기조가 계속 이어지면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다시 회복될 수 있어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측도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재에 대해서는 엔화 약세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내년부터는 엔화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전자 부품 및 소재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되면 국내 경쟁업체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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