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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바이오에 폐플라스틱까지’...정유사, 체질개선 속도

박민 기자I 2022.01.07 13:53:54

‘탄소중립’ 발맞춰 친환경 에너지 가속화
정유 4社, ‘수소’ 밸류체인 선점 경쟁 치열
폐플라스틱 재활용·모빌리티 시장 진출도

충남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고순도 수소 정제 설비에서 수소 트레일러를 충전하고 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이데일리 박민 기자] 탄소 중립을 향한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국내 정유사들의 새해부터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업인 정유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을 장담할 수 없어 일찌감치 신성장 동력으로 ‘수소’를 낙점하고 생산·저장·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바이오 연료, 폐플라스틱 재활용, 모빌리티 시장까지 뛰어들며 사업 체질 개선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유 4사, ‘수소’ 밸류체인 선점 경쟁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3월 울산 중구 복산동에서 수소 충전소를 새로 열 계획이다. 이를 포함하면 현대오일뱅크가 전국에서 구축한 수소충전소는 모두 8곳에 이른다. 국내 정유 4사(GS칼텍스·SK에너지·에쓰오일(S-OIL(010950))) 가운데 확충 속도가 가장 빠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2030년까지 전국에 수소충전소 180곳을 확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 평택시에서 수소충전소 1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에너지 역시 올해 신규 수소충전소 오픈을 예정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서 휘발유·전기·수소 충전 복합 스테이션을 1곳을 운영하고 있는 GS칼텍스도 추가 확충을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소 충전 사업에 발을 디딘 에쓰오일 또한 서울 도심 내 복합 수소 충전소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보급 현황과 정부 정책에 따라 정유사들의 충전소 확충이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기존의 정유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충전소는 물론 수소액화플랜트,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밸류체인 곳곳에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올해를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원년으로 정하면서 정유사들의 친환경 에너지 투자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액화수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GS칼텍스다. GS칼텍스는 한국가스공사와 손잡고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연 1만톤(t)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는 수소 승용차 8만대가 1년간 사용 가능한 양이다. 여기에 전남 여수에서는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2023년 완공을 목표로 15MW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도 나섰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액화수소 생산부터 공급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발전소 건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총 4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천연가스(LNG)와 블루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시간당 스팀 230t, 전기 290MW 용량의 발전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세계 최대 수소 생산 업체 ‘에어프로덕츠’와 손을 잡고, 2025년까지 블루수소 10만 톤을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정유사 최초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든 SK에너지는 올해도 태양광 사업 확장에 나선다. 현재 주유소 유휴부지와 휴게소 주차공간 등에서 태양광 상업 발전을 가동하고 있는 SK에너지는 지난해 서울시와 협약을 통해 도심 내 건물 옥상에도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SK에너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국에 3.6GW 규모의 태양광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수소·바이오 연료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특허를 보유한 벤처기업 에프씨아이(FCI)에 투자한 데 이어 삼성물산과도 수소 파트너십을 맺었다. 해외 청정수소·청정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내 도입과 인프라 구축에 협업할 방침이다. 특히 대주주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협력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를 활용한 사업과 액화수소 생산·유통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모빌리티 시장까지

정유 4사 경쟁은 수소를 넘어 ‘모빌리티 시장’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다. 주유소가 단순히 기름을 넣는 공간이 아닌 드론 배송을 비롯해 전기차 충전, 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시장에는 GS칼텍스가 가장 먼저 뛰어들며 승부수를 띄웠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카카오 모빌리티’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주유소 드론 배송을 시연하는 등 서비스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양사 모두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열분해유’ 활용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GS칼텍스는 지난달 말부터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해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실증에 나섰고, 현대오일뱅크는 열분해유를 원유 정제 공정에 투입해 친환경 납사(나프타) 생산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열분해유 사업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필수 요소로 손꼽히면서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특히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도 관련 기술 개발 경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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