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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좌절한 인생에 전하는 '동양판 탈무드'

장병호 기자I 2022.03.01 19:32:10

채근담
홍자성 지음·안대회 평역|652쪽|민음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채근담’은 처세와 수신의 고전이며 동양의 아포리즘을 대표하는 책으로 ‘동양 최고의 지혜서’로 불린다. 중국 명나라 말기인 1610년 전후에 지어진 책으로 ‘극한의 처지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견디는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라는 주제를 담아 널리 읽히고 있다.

‘채근담’이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됐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엄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정본(正本) 정역(定譯)했다. 역자는 ‘채근담’의 저자 홍자성이 직접 간행한 초간본을 저본(底本, 번역하기 전의 책)으로 삼아 청담본·합벽본·청간본 등 여러 판본을 교감해 정본(定本, 고전의 원본과 가장 가깝다고 판단한 책)을 만들었고, 이를 번역하고 주석과 해설을 보태 ‘채근담’을 새롭게 재구성했다. “한·중·일에서 나온 ‘채근담’ 가운데 가장 신뢰할 만한 텍스트”라는 것이 역자의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채근담’을 명·청 시대 상업 문화의 상도의와 리더십이 녹아든 잠언집으로 재해석한 점이다. 역자는 “홍자성은 당시 문단의 맹주인 왕도곤의 제자라는 새로운 사실에 주목했다”며 “명·청 시대 가장 큰 상인 세력인 휘주의 사업 경영과 분위기에 출현한 잠언집이기에 자연스럽게 상인 사회의 경영 문화와 인간관계, 리더십의 경험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현실 세계에서 남과 부대끼며 겪는 문제, 은퇴 이후 한가롭게 인생을 관조하는 노년의 인생에 대한 잠언 등 지금 시대의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이야기들이 현대적 감각의 아름다운 우리말로 재탄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역자는 “‘채근담’은 좌절하거나 도망하지 않고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다수의 인생에 뿌리를 둔 책”이라며 ‘채근담’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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