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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방첩 캠페인 본격화…또 컨설팅 기업 때리기

김겨레 기자I 2023.05.09 10:14:15

중국 내 캡비전 사무소 동시다발 조사…기밀유출 혐의
美베인앤컴퍼니·민츠그룹 이어 잇단 컨설팅 업체 조사
"中 염탐에 컨설팅 업체 이용"…피해기업 늘어날수도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 당국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국 컨설팅 업체뿐 아니라 자국 컨설팅 업체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방첩 캠페인에 나섰다.



중국 국영 방송 CCTV는 8일(현지시간) 중국 안보 당국이 캡비전의 상하이·베이징·선전·쑤저우 사무소를 조사하는 등 전국적인 방첩 캠페인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CCTV는 무려 15분 가량 관련 내용과 함께 중국 경찰이 캡비전 사무실을 찾아 직원을 신문하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

캡비전은 외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해외 고객사에 중국의 국방, 에너지 및 첨단 기술 관련 기밀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캡비전 직원이 중국 국영기업의 전직 연구원에 돈을 주고 해당 기업의 비용 및 수익 정보를 요구하는 등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캡비전은 2006년 중국에서 설립돼 중국 각 지역과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지난달 기준 직원 수는 약 700명이며, 이 가운데 500여명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보도 이후 캡비전은 “중국의 국가 안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컨설팅 업계 정화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당국은 지난 3월에도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를 급습해 중국 국적 직원 5명을 연행하고 해당 사무소를 폐쇄했다. 지난달엔 세계 3대 컨설팅업체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미국 베인앤컴퍼니의 상하이 지사 직원들을 신문했다. 일본 대형 제약업체인 아스텔라스의 중국 법인에서 근무하던 고위 임원은 방첩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중국 당국은 최근 수년간 서방 기업들이 중국 핵심 산업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컨설팅 기업을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간첩 행위와 국가 기밀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방첩법을 개정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앞으로도 컨설팅 및 기업실사 업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다른 기업이 연루됐는지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다른 해외 기업들도 중국 당국의 사정권에 들 수 있다고 외신들은 내다봤다.

블룹버그통신은 “중국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 당국은 데이터를 해외로 전달하는 것을 단속하고 기업의 실사 작업을 불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컨설팅 기업에 대한 조사는 글로벌 경제계에서 점점 더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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