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다음달 5만 아프간 난민 쏟아진다…갈라진 미국

김정남 기자I 2021.08.30 11:17:30

미 테너플라이 아프간 난민 기증 행사 가보니
옷, 신발, 유모차 등 가득차…"더 널리 알려야"
9월 중순까지 아프간 난민 5만명 美 들어올듯
난민 정착 문제, 수세 몰린 바이든 입지 직결
"미국인 불이익 당해" 일각서 반대 여론 거세

내전 상황을 피해 고향을 등진 아프가니스탄인들이 2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제공)


[테너플라이(미국 뉴저지)=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지난 29일 오후 1시(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북부 테너플라이 시청 주차장. 테너플라이 주민들은 이날 휴일임에도 옷, 신발 등을 싸들고 이곳에 모여들었다.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위한 기증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뉴저지주의 맥과이어 딕스 레이크허스트 합동기지가 주최했다. 아프간 카불을 탈출해 미국으로 넘어온 난민들을 수용하는 미국 내 군사 기지 네 곳 중 한 곳이다. 현재 미국 해병대와 공군으로 각각 근무하고 있는 테너플라이고교 동문 두 명(2016년 졸업)이 적십자사와 함께 피란민에게 가장 필요한 의류와 신발, 유아용품을 모으는데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테너플라이는 맥과이어 딕스 레이크허스트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맥과이어 딕스 레이크허스트에는 이미 아프간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으며, 약 1만명을 수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당국에 따르면 9월 15일까지 최대 5만명의 난민들이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가 시청 내 강당인 맥캔드리스룸에 직접 들어가 보니, 넓은 강당 내에 각종 지원품이 담긴 박스와 종이가방, 비닐포장 등이 가득 차 있었다. 유아들을 위한 유모차도 족히 수십대는 돼 보였다. 현장에는 6~7명이 물품을 분리·정리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물품이 쌓이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마크 지나 테너플라이 시장은 “남성, 여성, 아이들을 위해 상태가 아주 좋은 헌 옷 혹은 새 옷이 필요하다”며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위한) 이 중요한 노력을 널리 알려 달라”고 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30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옷과 신발 등 네 박스를 기증한 40대 주민 H씨는 “아프간인들이 먹고 예배하고 사는 방식은 미국과는 다를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미국 사회에 녹아드는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 쏟아질 5만명의 난민들을 맞을 준비가 일선 지역사회부터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기저귀, 분유, 아기옷 등 기부 쇄도”

뉴저지주 테너플라이뿐만 아니다. 미국에 넘어온 아프간 피란민들은 맥과이어 딕스 레이크허스트 외에 위스콘신주 포트 맥코이, 버지니아주 포트 리,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등 네 곳에 분산 수용된다.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공군 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지역사회와 비정부단체(NGO) 등으로부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지원을 받아 왔다”며 “신생아 혹은 유아가 있는 가족들을 위한 기저귀, 분유, 아기옷 같은 물품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난민 대부분이 이슬람교 신자인 만큼 군 기지 내 식당은 할랄 음식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띄는 건 어린이 난민이 전체의 3분의1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포트 블리스 내 군인들은 난민 어린이들이 운동할 수 있는 축구장까지 만들었다. 밴허크 사령관은 “(탈출 난민 중) “임신한 여성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치하에서는 자녀를 키울 수 없다는 절박감이 목숨 건 탈출을 가능케 한 것이다. 테너플라이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구호품 기증 행사는 주로 어린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5만명의 난민 규모는 1975년 베트남전 이후 가장 많다. 이들을 어떻게 미국 사회에 안착시키느냐는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와도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난민 수용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급진 좌파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은 20만명을 언급하고 있다.

◇갈라진 미국…일각서 난민 수용 반대

반면 공화당 일부와 급진 우파를 중심으로 난민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진행자인 터커 칼슨은 최근 자신의 방송에서 “아프간 난민들이 몇 달 안에 이웃으로 (미국 사회에) 정착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추후 10년간 이는 수백만명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국이) 먼저 침략을 한 후 다시 (난민들에게) 침략 당할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언제나 똑같았다”고 했다. 난민들을 챙기느라 정작 미국인들의 세금 부담이 높아지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 우선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난민을 가장한 테러범 유입 가능성 역시 거론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 1시(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북부 테너플라이 시청 내 강당인 맥캔드리스룸에서 한 지역 주민이 미국으로 탈출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위한 옷, 신발 등 구호품을 기증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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