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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 칼바람에 잔뜩 움츠린 금융권…인사태풍 비화

박일경 기자I 2017.11.12 17:35:31

임기만료 교체와 맞물려…금융당국 채용비리 점검 결과도 주목

지난 7일 서울북부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서울시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압수품이 든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지난 2일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가운데, 채용 비리로 촉발된 금융권 사정 정국이 최고경영자(CEO) 교체 바람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금융권에서는 검찰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다음 차례가 어디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임기 만료로 후임자를 물색하는 작업까지 병행되면서 금융권엔 인사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금융권 사정정국…수장들은 ‘좌불안석’

12일 금융계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고발·고소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4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KB지주 등이 옛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비싸게 사들여 5451억원에 달하는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석 달 넘게 수사에 착수하지 않다가 지난달 31일 고발인 조사를 시작했다.

사흘 후인 이달 3일에는 경찰이 KB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KB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고소한 여론조사 결과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윤 회장 연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에 사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고발 및 고소 내용에 신빙성이 상당하다고 드러날 경우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얽힌 특혜 대출과 특혜 승진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회장과 함 은행장은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은 아니지만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 등은 6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특혜 대출과 이상화 전 하나은행 본부장 특혜 승진과 관련해 은행법 위반 등 혐의로 김 회장과 함 행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나금융 노조도 최근 금융감독원에 김 회장과 함 행장 제재를 요청했다.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에 채용 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김 회장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청탁금지법 도입 전 일이어서 일단 혐의점은 두지 않고 있다. 청탁과 함께 대가가 오갔다면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 같은 정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연말까지 채용비리 특별점검…적발 시 검찰수사 통보

금융당국의 금융권 채용 전반 점검은 또 다른 ‘시한폭탄’이다.

금융당국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7개 금융 공공기관과 한국거래소와 증권금융 등 5개 금융 관련 공직 유관단체의 5년간 채용절차 등 채용업무 전반을 점검하기로 했다.

은행권은 이달 말까지 14개 국내은행이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해 자체 점검키로 했으며 금감원이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도록 인사내규가 잘 정비돼 있는지, 내규대로 제대로 집행되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금융공기업과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채용비리 특별점검에서 채용 비리 사실이 밝혀지면 초강력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기관장이나 감사 해임 건의는 물론 회사 경영평가에 불이익을 주고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경중을 따져 검찰에 수사를 통보한다는 입장이다.

점검 결과에 따라 금융권 전반으로 CEO 교체 바람이 확산할 수 있다.

◇임기 만료 또는 공석에 수장 교체 잇달아

임기 만료로 CEO가 교체되는 곳도 많다. 손해보험협회는 이미 차기 협회장 선임을 마쳤다. 은행연합회는 회장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꾸리지 않고 이사회에서 이달 중순부터 세 차례 회의를 열어 후보자를 선정해 총회에 부의할 계획이다.

홍재형 전 부총리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등이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현 회장 임기가 다음달 8일로 끝나지만 아직 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장관 출신 손보협회 회장과 격이 맞는 후보를 물색하기가 어려워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늦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공공기관 중에서 주택금융공사가 오는 17일까지 차기 사장 후보를 공개 모집한다.

민간 금융기관에서는 우리은행이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행장 선임 절차를 밟는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올해 안에 주주총회를 열고 행장을 결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임추위가 다음 달 초까지 차기 행장 후보를 정해야한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행장 업무를 대행하는 손태승 글로벌 부문 겸 글로벌그룹장과 이동건 전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올해 말 임기가 끝남에 따라 임기 종료 40일 전에 임추위를 열고 본격적인 선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협금융은 2012년 농협이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 된 이후로 행장이 연임한 사례가 없다. 때문에 지주 부사장이 은행장으로 오던 전례를 고려하면 오병관 농협금융 부사장이 유력한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창호 농협 부산지역본부장, 김형열 부행장, 박규희 부행장 이름도 언급된다.

서울보증보험은 사장 후보 공모를 마치고 심사를 하고 있다.

지난 6일까지 공모에 모두 9명이 지원했다. 금융당국 출신으로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장을 지낸 정채웅 전 보험개발원장 등 2명이 있고, 나머지는 서울보증 전·현직 임원이거나 금융계 인사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김상택 서울보증 전무가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삼성생명·화재·카드 등 삼성 금융 계열사 사장단 인사도 조만간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가 마무리되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생명 사장으로, 삼성자산운용 사장이 삼성증권 사장으로 옮겨갔다.

공직 유관단체로 한국증권금융이 차기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정지원 전 사장이 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옮기며 공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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