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우 한국은행 물가연구팀 과장과 김철주 전망모형팀 조사역은 29일 ‘우리나라의 소비불평등 추정 및 주요특징 분석’이란 제하의 조사통계월보를 발간하고 작년 소득 1분위 저소득층과 5분위 고소득층의 연간 소비액을 비교해 5분위 배율을 추정한 결과 3.74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3.67배와 비교해 0.07포인트 상승, 소비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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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소비불평등 악화 강도는 과거 대비 빠르게 악화됐다. 1990년~2002년까진 평균 5분위 배율에 변화가 없었으나 2002~2009년 카드 사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평균 0.6포인트 커지다 2009~2016년엔 0.01포인트로 불평등의 강도가 둔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다시 확대됐다. 소비불평등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1990년엔 소비 5분위배율이 2.94배였으나 2016년엔 3.60배로 0.66포인트 상승했다.
1990년에서 2016년까지 저·고소득층의 소비불평등이 심화되는 이유는 교육, 교통, 음식숙박, 오락문화, 의류 등 ‘선택소비재’ 때문이었다. 선택소비재(소득이 1 늘어남에 따라 소비가 1을 초과해 증가하는 재화)는 소득이 늘어나고 줄어듦에 따라 사용액 증감 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재화를 말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제한되자 자동차, 가구, 가전 등 내구재와 식료품, 통신, 보건 등 ‘비외출 필수소비재(소득 증감에 영향을 덜 받는 필수 재화)’에서 격차가 확대됐다. 김 과장은 “같은 식료품 지출이라도 저소득층은 봉지커피 등 (저렴한 식재료, 식품을) 이용하는 반면 고소득층은 고급 와인, 유기농 채소 등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추세로 보면 필수소비재보다 선택소비재의 사용액이 점차 늘어났으나 작년엔 필수소비재는 전년 대비 1500조원 증가했으나 선택소비재는 4400조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로 인해 작년 필수소비재의 소비불평등 기여율은 작년대비 2.8%포인트 상승한 반면 필수소비재의 기여율은 2.8%포인트 하락했다. 저·고소득층간 소비불평등을 가장 많이 확대시켰던 교육 부문은 불평등 기여도가 2.8%포인트 하락,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원 수업 중단 등의 조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완화되더라도 소비불평등은 계속될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점차 완화된다는 가정 하에 올해 소비 5분위배율은 0.02포인트 추가 확대돼 (3.76배가 될 것)”이라며 “이는 고소득층의 펜트 업(pent-up·보복 소비) 소비가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향후 재정수지 부담 등으로 정부의 소득지원 정책이 점차 축소되면서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소비 격차도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약계층의 고용 확대 등 소득 여건 개선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소비 불평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