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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매도 비둘기도 아냐"…"정부와 긴장 속에 조화 이루겠다"(종합)

이윤화 기자I 2022.04.01 11:05:27

중앙은행과 정부 정책은 '긴장 속 조화' 이뤄야
매파, 비둘기파 성향 따지기 보단 유연한 대처
한미금리 역전 가능성 크나 자본유출 우려 적다
가계부채 문제, 기준 금리로 연착륙 이끌겠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중앙은행 정책은 정부와 긴장관계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조율해야 한다. 매냐 비둘기냐 나누기 보다 경기와 물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출근길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 =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1일 오전 9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TF) 사무실에 첫 출근하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 정책과의 조화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앙은행 독립성의 정의가 예전과 달라졌다면서 정부와 대화를 통해 조율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본인은 매파(통화긴축 선호)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도 아닌 데이터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과 통화정책 긴장 당연한 상황…“조율 중요하다” 강조

이 후보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오미크론 확산 장기화 등 예상치 못한 위험에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경기 하방 위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 통화정책이 재정 부양 정책을 이어가려는 정부와 갈등이 있지 않겠냐는 질문에 ‘당연한 긴장’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물가 안정을 중시하는 중앙은행과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정부와의 긴장관계는 당연하다”면서도 “전 세계 통화정책 트렌드가 이 같은 갈등을 당연하게 여기고 조율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논의되는 통화정책 트렌드는 ‘3C’(Comprehensive, Consistent, Coordinated)로 정의된다. 통화정책 뿐만 아니라 재정, 구조조정 정책 등을 통합적으로 보고 정부와 협력해 일관된 정책을 펼쳐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물가 목표로 중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목표 하나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대립하던 예전 상황과는 달라졌음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준비하고, 금융당국에서는 대출 규제 완화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거시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추경도 소상공인하고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고, 대출규제도 생애 첫 주택 마련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인수위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마이크로(미시경제 조정) 목적에 의한 것 같다”면서도 “이 같은 정책이 이어지면 전반적인 국가부채 문제라든지 전반적인 유동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거시적인 영향이 크면 한은이 나서서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이전보다 중립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경기 하방 위험이 실현되어 한은의 기존 입장보다 금리 정상화 속도를 늦춰야 하냐는 질문에는 “하방 위험이 경기에 주는 영향이 물가보다 훨씬 더 예상 밖으로 커졌을 때 한국은 재정도 건전한 편이고 금리를 미리 올렸기 때문에 부양정책을 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물가, 경기 어느 쪽에 더 큰 영향을 줄지는 분석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기 하방압력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 한 점 때문에 본인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도 당혹감을 드러내며 부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경기 하방 위험을 언급한 탓에 비둘기파라는 언론 보도가 많았는데 물가에 주는 영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금통위원들과 함께 논의해 나갈 것”이라면서 “매파, 비둘기파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데이터 변화에 따라 어떨 때는 매파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비둘기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차 줄거나 역전 가능성도…자본유출 우려는 낮다 판단

미국과 유럽의 물가가 아시아권 국가보다 높아 한미 금리차 역전 가능성이 크단 분석도 내놨다. 이 후보자는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 유출 심화를 우려하는 것 같은데 금리 역전 여부 뿐만 아니라 환율 변화, 경기 펀더멘탈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준다”면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속도가 빠를 것이기 때문에 금리격차가 줄어들거나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경기 여건이 유럽이나 라틴아메리카에 비해 좋기 때문에 자본 유출보다는 환율 절하에 따른 물가 영향에 더 우려를 가지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와 물가에 대한 판단 역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상반기에는 한은이 예상했던 3.1%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엔 우크라 전쟁,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굉장히 큰 만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한은의 임무”라며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기 보다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갈 수 있는지, 여기에 치중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경기 상황 속에서 시장금리가 급변동할 때 한은이 개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28일 국고채 금리가 20bp 이상 뛴 상황에선 한은이 국고채 매입을 하지 않은 것은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는 “정부가 적자재정을 통해서 국채를 많이 발행해야 할 때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크면 당연히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면서도 “지난 28일 국고채 금리가 20bp(1bp=0.01%포인트) 가량 뛰게 된 것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빅스텝을 통해 이자율을 많이 올릴 수 있다는 언급을 하면서 우리 뿐만 아니라 홍콩, 호주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로 금리가 많이 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펀더멘탈을 벗어나서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 굳이 한은이 개입하지 않은 것은 적절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IMF에 근무할 당시부터 강조했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연착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잡을 수 있도록 한은이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금리가 균형금리보다 낮으면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나서 자산가격에 영향을 주고 국가경제 안정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가계부채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이날부터 공식 출근해 청문회 준비를 시작한다. 1일 인사혁신처에 청문회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청문회 일정 확정을 기다리면서 한은 TF 팀들과 함께 업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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