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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씨티그룹.."최악 안왔다"

양미영 기자I 2008.11.14 16:31:13

주가 10달러 밑 곤두박질..끝없는 감원
신용카드 사업 또다른 `뇌관`..글로벌망도 부메랑으로
경영진 안일한 대응 도마위..CEO 낙제점
와코비아 실패로 혹독한 고생..정부에 손 더 벌릴 듯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금융위기가 한바탕 휘몰아친 월가에서 씨티그룹이 여전히 비틀거리고 있다.


매머드급 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위기에 봉착하며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씨티 역시 JP모간이나 BoA 등 라이벌 은행들보다는 체면을 한참 구기고 있는 상태.

지난해 기록한 큰 손실과 한달내내 지속된 주가 급락, 정부의 250억달러 규모의 구제에 와코비아 인수 굴욕까지 이미 평지풍파를 상당히 겪은 듯한 모습이지만 아직은 최악이 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적신호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위기의 근원으로는 여느 부실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진과의 안일한 대응이 지적받고 있는 상태다.

◇ 주가 한자리수 추락..감원 칼바람도 지속 

금융위기 속에서 씨티는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는 듯했지만 최근 한자리수 대로 떨어진 주가는 씨티의 위기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씨티의 주가는 이번 주 9달러대로 떨어지며 13년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씨티는 이미 지난해 203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고, 5분기 연속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적자 상태가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한다.

씨티의 감원 바람도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씨티는 이미 지난 일년동안 2만3000명을 해고했지만 이번주를 시작으로 최소 1만명의 직원을 짜를 계획이다. 해고대상도 투자은행 뿐만 아니라 부유층 자산관리와 인사, 법무 관련 부서 등 다양하다.

비그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는 전체 예산 역시 삭감하는 한편, 직원 보상을 위한 예산도 최소 25%까지 줄이기로 했다.

◇신용카드 손실 눈덩이..글로벌 네트워크 `부메랑`

미국 신용카드 발급하는 최대 카드사업체 중 하나인 씨티로서는 최근 증폭되고 있는 신용카드발 위기 공포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활성화된 카드계좌만 5400만개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신용카드 이율을 평균 3%까지 늘리는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씨티는 스스로 전례없는 상황임을 인정하며 적절한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객군의 재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3분기 씨티의 카드사업 부문은 9억200만달러의 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140억달러 이익에서 급격히 유턴했다. 

여기에 100여개 국가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적극적으로 확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망도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는 마찬가지다.

마샬 프런트 프런트바넷어소시에이트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익스포저가 씨티의 충격을 흡수해주는 듯했지만 이제는 정반대로 취약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영진 안일한 대응 `도마 위`..펀디트 CEO 낙제점

이처럼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씨티그룹 내부에서는 회사 경영 악화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급기야 비숍 회장을 사퇴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비숍은 지난해 말 임시 최고경영자(CEO)로 씨티그룹에 영입된 후 비크램 팬디트가 CEO로 임명되자 곧바로 회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올 들어 경영이 계속해서 악화되자 이사회에서는 비숍 회장이 팬디트 CEO를 잘 감독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고, 일부는 비숍 회장에게 책임을 묻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임 1년을 맞은 비그람 팬디트 CEO도 7만5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지만 그가 경영진으로 취임한 후 씨티가 길을 잃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잘못된 경영선택으로 씨티가 예금유치를 위해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고 영업망을 보강하도록 만들었다는 평가다.
 
◇ 와코비아 인수 실패도 경영진 실수..내년 정부에 손 벌릴

씨티그룹의 위기를 논하는 상황에서 와코비아 인수 실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괜찮은 조건을 제시하고도 웰스파고에 밀려 매력적인 예금 유치에 실패한 씨티로서는 자존심을 구긴 것은 물론 향후 전략 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씨티그룹이 최근 체비체이스은행 인수를 타진한 기관 중 하나로 밝혀지면서 여전히 예금유치 시도에 적극적이긴 했지만 체비체이스 은행의 예금 규모만해도 씨티의 원대한 목표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미 와코비아라는 대어를 잃은데 따른 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결국 대규모 지점 확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딜을 이해하는 것도 씨티그룹이 강점 중 하나가 되지 못했다.

특히나 씨티그룹 이사회조차도 아주 사소한 사안에서도 이견을 보이면서 배가 산으로 갔다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법률자문을 포함, 씨티 이사회가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와치텔립톤로젠앤카츠 로펌이 법률자문을 맡아왔지만 와코비아 딜에서 그들은 웰스파고 편에 섰고, 크래버스스웨인앤무어스가 씨티그룹 이사로 고려되고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크리스토퍼 왈런 인스티튜셔널리스크애널리틱스 운영 파트너는 "씨티에는 신뢰할 만한 경영진도 이사회도 없다"며 "그들의 실패를 본다면 씨티가 내년에 정부에 더 많은 자금을 요청할 것임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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