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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전면철거 보류… 을지면옥·양미옥 등 보존”

김기덕 기자I 2019.01.23 10:00:00

세운상가 일대 을지면옥, 양미옥 등 생활유산 보존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 도 대책 마련전까지 사업중단
실태조사, 공론화 과정 거쳐 연말까지 정비계획 수립

서울시 중구 입정동 일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의 모습. 사진=경계영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연말까지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전통 노포(老鋪)인 을지면옥, 양미옥 등 생활유산을 보존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미 이주·보상 작업을 마무리하고 철거작업에 들어간 구역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이 일대 상인들의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23일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을 이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을지로 세운상가 일대는 재개발사업인 세운재개발촉진지구와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세운3구역은 대지면적 3만6747㎡로 세운재정비 촉진지구 8개 구역 중 가장 크다. 현재 3-1부터 3-10까지 10개의 소구역으로 쪼개져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3구역 중 토지보상 및 입주자 이전협의가 마무리된 3-1·4·5구역은 철거가 진행 중이다. 3-2·6·7구역은 2017년 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현재 보상 협의가 진행중이다. 이 구역은 2단계 철거지역으로 올 하반기부터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처럼 사업이 한창 추진중인 세운 재개발 사업 상황이 달라진 것은 평양냉면집으로 유명한 을지면옥과 함께 안성집·양미옥·조선옥 등 여러 노포 철거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을지면옥과 안성집이 있는 3-2구역은 3-6·7구역과, 양미옥이 있는 3-3구역은 조선옥이 위치한 3-8·9구역과 통합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구상가와 노포를 보존해야 한다는) 상인들의 주장에 동의한다”며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대안을 발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2014년 서울시의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 사업 계획’ 발표 이후 5년 동안 사업을 기다려온 영세 토지주들은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서울시는 그동안 2015년 ‘역사도심기본계획(2015년)’에 근거해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사업이 추진됐다고 판단, 이제라도 이를 정비계획에 반영해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의 역사와 시민 삶을 닮고 있는 유무형의 생활유산은 철거하지 않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1979년부터 이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2009년엔 남북 녹지축 조성과 주변지역 개발을 위해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주변 8개 구역 대규모 통합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으로 재정비촉진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사업추진과정에서 통합개발에 따른 산업생태계 교란, 옛 도시조직 훼손, 생활터전 붕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2014년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바 있다.

조남준 서울시 역사도심재생과장은 “세운3구역 내 생활유산으로 지정된 을지면옥, 양미옥 등은 중구청과 협력해 강제로 철거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공구상가가 밀집된 ‘수표도시환경정비구역’은 현재 중구청에 사업시행인가가 신청된 상태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사업추진 진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수표구역 내 보전할 곳과 정비할 곳에 대한 원칙을 정해 실태조사할 예정이다. 또 소유주 및 상인, 시민사회단체, 관련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논의구조를 만들어 충분한 협의과정을 통해 연말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도심전통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의 역사와 지역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노포(老鋪) 등 생활유산과 도심전통산업을 이어가고 있는 산업생태계를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기본방향”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 삶과 역사 속에 함께해온 소중한 생활유산들에 대해선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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