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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노력했다"...'냉장고 영아시신' 친모 만삭, 남편은 눈치 못채

박지혜 기자I 2023.06.30 13:19:3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른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친모 30대 고모 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고 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친부 이모 씨는 불송치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30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고 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고 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사는 수원시 장안구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애초 경찰은 고 씨를 영아살해죄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구속 송치하면서 적용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했다.

경찰은 고 씨가 아이를 살해해야 할 정도로 빈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출산 직후 하루 이상 시간이 지난 시점에 살해했고, 고 씨가 출산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 상태에 빠져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날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취재진이 모습을 드러낸 고 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호송 차량에 탔다.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가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은 고 씨의 남편이자 숨진 두 아기의 친부인 이 씨에겐 혐의가 없다고 보고 검찰에 넘기지 않기로 했다.

전날 살인과 사체유기를 공모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이 씨를 입건한 경찰은 그가 고 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만 참고인 신분에선 사건 혐의 관련 질문이 금지된 만큼 조사에 한계가 있어 피의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포렌을 통해 알아낸 범행 당시 부부의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 내용이 이 씨를 불송치하기로 결정한 근거라고 밝혔다.

2018년 고 씨의 첫 범행 당시 부부 사이에 임신이나 출산 관련 대화 내용이 전혀 없었던 만큼 ‘아내가 임신한 걸 몰랐다’는 이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2019년 두 번째 범행에서도 부부가 아기를 낙태하기로 합의한 정황이 담긴 대화 내용이 발견된 만큼, ‘임신 사실은 알았으나 낙태한 것으로 알았다’는 이 씨의 진술이 입증됐다고 봤다.

경찰은 작은 체구의 고 씨가 만삭일 때도 남편인 이 씨가 눈치채지 못할 수 있느냐는 의심에 대해 “수사 당시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판단해 산부인과 전문의 의견을 구했다. 산모가 적극적으로 감추고 남편이 무관심했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모 체형이 오히려 왜소할 경우 옷을 크게 입으면 더 모를 수 있다는 소견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 씨가 무관심한 성격이어서 고 씨의 범행을 몰랐다고 판단한 데 대해선 “범행 관련 외에 부부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가 많이 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추론했을 때 남편이 가정에 무관심한 편이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고 씨와 이 씨가 ‘피임 노력을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남은 자녀들일 수 있다”고 했다.

고 씨와 이 씨는 12살 딸, 10살 아들, 8살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계와 함께 숨진 영아들의 장례비용과 더불어 남은 아이들이 지속해서 교육과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계속하는 방안을 지자체와 함께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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