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액 기부 中후원자들…알고보니 中정부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 정부와 연관된 정치 후원자들이 거액을 기부하고 공화당 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행사에 참석하며 다양한 로비 활동을 펼쳤다. 일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로스앤젤레스(LA) 중국 영사관에서 일하는 관료들은 데이비드 티엔 왕이라는 친(親)트럼프 활동가에게 접근했으며, 관료들은 왕씨에게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중국과 관련된 현안들에 대한 로비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왕씨는 로비업체를 설립하고 ‘트럼프 빅토리’라는 정치자금 모금 위원회에 15만달러(약 1억 8000만원)를 기부했다. 왕씨는 미국 내 한 중국어 매체에 “트럼프 선거캠프에 대한 접근권을 이용해 미군을 남중국해에 배치하는 것은 돈 낭비라는 견해를 밀어붙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거액의 정치후원금은 왕씨가 캘리포니아주(州) 공화당 전국위원인 숀 스틸의 초청을 받아 2017년 5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행사에 참석하는데 기여했다. 이 행사에는 초청장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왕씨는 RNC 행사에 탕 벤 중국전략문화촉진회 집행위원, 자오 강 중국 과학기술부 연구원, 중국 정부와 연계된 기업가 리 수 등 3명과 동행했다. 이들 3명은 2016년 9월 미중안보대화 비공개 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던 인사들이다. 행사 이후 3명은 중국 정부에 공화당 최고위층에 대한 접근 결과를 보고했으며, 이 자리에서 리 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중국을 위한 승리로 입증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또 2017년 6월에는 탕 벤과 그의 아내가 트럼프 빅토리에 30만달러(약 3억 6000만원)를 기부하고 워싱턴DC 트럼프호텔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탕 벤은 이후 중국 신문에 게재한 논평에서 자신의 워싱턴을 방문한 것은 “중국을 위한 풀뿌리 외교”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백악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중국인들이 미국을 추월하려면 반드시 미국을 공부해야 한다”고 적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 혹은 공화당 최고위층에 접근을 시도한 중국계 인사들은 자신들이 중국 정부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개인적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워지거나 사업을 돕고 싶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국 정치에 어떻게 접근하고 개입하는지, 미국 지도자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는지, 또 가능할 경우 정책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초창기에는 이러한 활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현재는 소강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확대되고 코로나19에 따른 집회금지 등으로 로비스트들의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중국을 비판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필수 요소가 됐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