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어벤져스 촬영에 따른 매출손실은 어디에 하소연하나

김성곤 기자I 2014.04.10 11:13:04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대표] “올해에는 최선을 다해 장사를 해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가장이 되겠다. ”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으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상황은 쉽지 않았다. 새해부터 가스값 5.8% 인상 발표가 나왔다. 지난해 1월 전기요금이 4%, 11월에 6.4%가 올랐는데 이젠 숨쉬기조차 벅차다. 매출은 점점 줄어드는데 공공요금 인상에 편승해 월세까지 오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가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

일부에서는 골목상권이나 전통시장이 무너지더라도 소비자 권리침해나 농민소득 감소 때문에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단축은 불가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더구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제도는 미국 USTR의 문제제기로 앞으로 활동이 위축될 조짐이다.

정부는 규제 완화라는 명분 하에 푸드트럭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권리금과 월세를 내고 장사를 하는 소상공인은 서글프다. 퇴직금을 전부 쏟아 붓고, 아파트 담보로 빚까지 내서 악착같이 장사를 해도 적자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빚만 늘어가는 현실이다.

자영업자 평균부채가 임금근로자의 2배 수준인 1억원을 넘어섰다. 원리금 상황부담을 못 이겨 가게 문을 닫자니 당장 노숙자 신세로 내몰리지 않을까 공포로 밤잠을 못 이루는 소상공인들이 적지 않다.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누가 무슨 권리로 어벤져스 2 영화촬영을 허락했는지 모르겠다. 소상공인들은 영화촬영에 따른 매출손실에 대해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구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OECD평균의 2배가 넘어섰다. 1년에 전체 자영업자의 18% 정도가 폐업을 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를 넘은 단순업종에 정부는 창업자금까지 대출해주면서 창업을 독려하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기존 자영업자나 신규 창업자 모두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순방 당시 중소기업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독일을 다녀왔다. 왜 독일이 소상공인 천국인지를 깨달았다. 한없이 부러웠다.

독일에서 빵집을 오픈하려면 마에스터 자격을 가진 빵 명장으로부터 상당기간 도제(徒弟)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학교에서 마케팅, 회계, 경영 등 상당한 지식을 공부해야 창업이 가능하다. 기존 상인을 보호하고 신규창업자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것.

베를린 시내에는 20~30평 규모의 여러 소형마트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손님도 많아 매출규모도 상당해 보였다. 저녁 9시 이전에는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았다. 대형할인점이 없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더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뭐가 불편하냐고 되물었다.

소상공인통합물류센터를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의 소상공인들은 누구나 이 물류센터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독일 전문가는 “소상공인들도 경쟁력을 갖춰야 스몰자이언츠가 될 수 있다. 이들이 커야 많은 히든챔피언이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과연 국내 소상공인들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소상공인보다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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