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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검찰총장 정직 2개월’ 취소소송 승소…法 “징계절차 위법”

김형환 기자I 2023.12.19 11:13:09

헌정사상 첫 檢총장 징계…2심서 취소 처분
추미애 “檢총장 비위” vs 尹 “절차적 하자”
2심 재판부 “추미애, 징계 절차 개입 위법”
‘패소할 결심’ 비판에 尹측 “모욕적 발언”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당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취소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심준보)는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추 당시 장관은 2020년 11월 2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주요 징계청구 혐의는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 불법사찰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이었다. 추 당시 장관은 “검찰총장의 비위를 예방하지 못하고 신속히 조치하지 못해 국민께 심려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징계에 불복한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총장을 징계할 당시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시 징계위원 일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는데 징계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 측은 본래 기피신청 의결 정족수는 재적위원 4명이지만 재판부는 당시 의결이 정족수 미달인 3명인 상태에서 의결했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한 3가지 이유를 모두 받아들여 윤 당시 검찰총장을 징계한 법무부의 판단이 합당했다고 판결했다. 절차적 위법성에 대해서는 “기피 신청만으로 기피 신청을 받은 징계위원이 기피 의결을 위한 의사정족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출석 위원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며 윤 전 총장 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당시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추 당시 장관의 징계절차 관여는 검사징계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며 “징계청구권자인 추 당시 장관이 위원회 위원장으로 제1차 심의기일을 지정·변경한 행위는 검사징계법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가 열리는 2020년 12월 10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 법무부청사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어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및 징계의결의 정족수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뒤 신규 위촉한 징계위원은 해당 사건에서 적법한 재적위원으로 볼 수 없다”며 “이에 따라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 징계과정에서 의결 모두 정족수에 미달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윤 당시 총장의 증인 심문 청구를 기각한 점 등이 윤 당시 총장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절차적 위법성이 있는 한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등 징계사유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윤 당시 총장의 징계 이유의 합당성 자체를 살펴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은 재판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일관되게 주장했던 ‘징계의 절차상 위법이 크다’는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항소심에 이르러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는 등 재판부가 객관적이고 실체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했기에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가 일부로 패소했다’는 비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가 준비서면을 딱 한차례 제출하고 증인을 1명도 신청하지 않는 등 고의로 패소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한 당사자가 지고 싶다고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은 주장은 우리나라 사법질서를 모욕하고 폄훼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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