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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도 투표해요”…첫 투표용지 받아든 18세 유권자들

박순엽 기자I 2020.04.15 15:25:13

사상 첫 ‘만 18세 투표’…투표소 찾은 새내기 유권자
“빈부격차 줄이고, 청소년 정책에 반영” 바람 드러내
학교 선거교육엔 아쉬움…“참정권 확대하라” 주장도

[이데일리 박순엽 하상렬 공지유 기자] 고교생을 비롯한 만 18세 청소년들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유권자로서 당당히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선거는 선거 연령이 하향 조정된 뒤 처음 열린 선거이자 청소년이 전국 단위의 선거에 참여하는 사상 첫 선거다.

투표소를 찾은 청소년들은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하면서도 우리 사회를 걱정하며 고민 끝에 한 표를 던졌다고 첫 투표 소감을 밝혔다. 한 청소년 단체는 선거일을 맞아 청소년 참정권을 확대해달라며 전국 각지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 인근에 18세 이상 선거권 확대를 위해 걸린 홍보 현수막을 학생들이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레면서도 긴장돼”…첫 투표 나선 새내기 유권자들

이번 총선부터 만 18세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와 정당에 한 표씩 던질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됐다. 지난해 12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1년 4월 17일부터 2002년 4월 16일 사이에 태어난 54만8986명이 투표권을 얻게 됐으며, 이중 고교생 유권자는 14만3000여명에 이른다.

15일 서울 시내 투표소 곳곳에서도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 새내기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모님 또는 친구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만 18세 유권자들은 첫 투표에 설레는 한편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투표소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성심여중·고 체육관 앞에서 만난 고등학교 3학년 문유진양은 “첫 투표를 하고 보니 새로운 마음이 들고 한 표를 행사한다는 의미를 알게 된 거 같다”며 “빈부격차를 줄여 다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투표에 임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투표소에 온 김건우군도 “투표는 당연히 시민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선거 공보물도 보고, 다른 사람들 이야기도 들어본 뒤 주관적으로 판단해 투표했다”고 밝혔다. 김군은 이어 “청소년들도 투표에 참여하는 만큼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정책에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5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 수원시 청소년 성문화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마친 조원고등학교 3학년인 만 18세 학생유권자들이 투표 확인증을 들고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알못’인데 영상만 보여줘”…선거교육엔 아쉬움

그러나 이날 만난 일부 고교생 유권자는 학교에서의 선거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1월 “관련 교과·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선거교육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해 고등학교의 선거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관련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양은 “정당별 공약이 안내된 종이는 받았지만, 학교 선거교육은 아쉬웠다”며 “학생들이 공부하느라 정치를 잘 모르는 만큼 학교에선 공약을 상세하게 안내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서울 양천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유모군은 “정치를 잘 모르지만, 부모님께서 투표하라고 해서 왔다”며 “학교에서 선거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치를 모르는 학생들에게 영상만 보여 주는 학교의 선거교육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모군은 “학교에서 선거교육이라고 한 건 후보나 정당별 공약 종이를 나눠주고, 영상을 보여준 게 전부였다”며 “학생 대부분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줄임말)인데, 자습하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누가 관심 있겠느냐”라고 토로했다.

청소년 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관계자 등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서 시위를 열고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사진=하상렬 기자)
◇‘청소년 참정권 확대’ 목소리는 이어져…1인 시위도

한편 정당 가입·활동, 선거운동 활동 등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점차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투표날에도 이어졌다. 청소년 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15일 ‘만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각지 투표소 100여곳에서 시위를 열었다.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서 시위를 개최한 활동가 ‘치이즈’(활동명·22)씨는 “만 18세는 청소년 중에서도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청소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면서 “정당 가입·활동 등 일상에서의 정치를 청소년들도 연령 제한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교실의 정치를 우려하지만, 오히려 청소년들이 학교 내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학교 폭력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를 정치적으로 알려야 하는데, 정치적 의견 표시를 교칙으로 막고 있는 학교가 많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나이에 의한 선거권·피선거권 제한 폐지 △정치 참여를 처벌하는 법·교칙 폐지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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