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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中판호 계속 뚫는데도…웃지 못하는 게임사들

노재웅 기자I 2020.03.15 16:21:48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게임업계, 더 정확히는 게임주를 소유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 찬가’가 유행처럼 번진지도 어느덧 3년이 넘어간다. 2017년 3월 사드배치 보복에 따른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가 끊겼고, 이후로 매년 ‘신작 ○○, 판호 기대감 증폭’ 또는 ‘△△사, 판호 발급 임박’ 등 시장을 혼란하게 만드는 전망이 게임업계를 들었다 놨다 했다.

실제로 그사이 몇 몇 업체들은 우회전략을 통해 중국시장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자사의 IP(지식재산권) 활용 권한을 중국 현지 개발사에 준 뒤, 이들이 만들고 서비스하는 중국게임으로 둔갑해 내자판호를 받는 방법이었다. 네오위즈(095660)웹젠(069080) 등 중소 게임사를 중심으로 이러한 형태의 중국 진출 소식이 간간이 전해졌다.

최근에는 판호와 관련한 우회전략이 한 차원 더 발전했다. 중국 현지 개발사를 통한 내자판호가 아니라 해외 자회사를 통해 외자판호를 얻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NHN(035420)이 일본 자회사 플레이아츠를 통해 ‘콤파스’의 중국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펄어비스(263750)도 아이슬란드 자회사 CCP게임즈를 통해 ‘이브 온라인’의 외자판호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앞서 내자판호로 IP 수출에 성공한 기업이나 해외 자회사의 외자판호로 게임 수출에 성공한 기업 중 어느 곳 하나도 자신 있게 이를 홍보하거나 자랑거리로 삼지 않는다. 올 상반기 중국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도 판호 획득에 관련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게임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만이 확성기가 되어 이를 알릴 뿐이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경우 CCP게임즈의 판호 소식이 전해진 13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내리막 일색이던 코스닥 시장 100위권 내 기업들 사이에서 홀로 상승지표를 그렸다.

그럼에도 해당 게임사들은 웃지 못한다. 오히려 불편한 내색을 강하게 드러낸다. 자신들의 이름이 드러나는 순간, 중국 당국에 찍혀 향후 현지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 제재를 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썬 조용히, 아무도 모르게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과거 중국사업을 활발히 펼쳤던 한 게임사의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현재 한국 미디어의 기사까지도 모니터링을 한다. 실제로 한국발 기사를 근거로 중국 담당부처에서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국게임학회 등은 외교부의 역할론을 강조하며,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중국 눈치 보기를 그만할 수 있게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게임 관련 주무 부처인 문체부뿐 아니라 국가 간 외교 관계를 총괄하는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이 기사조차도 국내 게임사들이 불편해할 것을 생각한다면, 게임 무역 불균형이 매우 심각한 상황까지 몰렸음을 정부도 자각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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