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426일 고공농성` 홍기탁 前지회장 "다시 돌아가도 굴뚝 올라갈 겁니다"

손의연 기자I 2019.01.14 09:55:42

14일 KBS1 라디오 `김경래 최강시사` 전화 인터뷰
"포기하고 내려가고 싶지만 고생하는 사람들 때문에 버텨"
"앞으로 갈 길 멀어…경찰 조사, 단체협약 등 남아"

11일 극적인 노사 간 합의 타결로 426일간의 고공농성을 끝내고 내려온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이 서울 중랑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첫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굴뚝농성 426일’의 주인공 홍기탁 금속노조 파인텍노조 전 지회장이 “426일 전으로 돌아가도 굴뚝에 올라갈 것 같다. 노동자 현실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전 지회장은 14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통화에서 426일간 세계 최장기 굴뚝 고공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은 소감을 밝혔다.

홍 전 지회장은 “굴뚝 위에 있을 때 ‘포기하고 내려가야겠다’라는 생각을 일상적으로 했다”라며 “굴뚝 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아 위에서 버텨야만 했다. 그렇게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홍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지난 2017년 11월 12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서울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426일간 농성을 벌인 끝에 지난 11일 내려왔다. 파인텍 노사가 6차 교섭에 합의에 성공하면서다. 노사는 5명 조합원의 3년 고용보장, 노조 인정,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의 파인텍 직접 운영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홍 전 지회장은 사측과 합의한 내용이 악질적인 자본을 보여주는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고용보장이 3년인 부분도 그렇지만 합의 내용을 보면 신생노조가 아닌 우리를 마치 신생노조처럼 대우하는 걸 볼 수 있다”며 “사측이 농성 400일이 지나 교섭에 어쩔 수 없이 나와서 노조 자체를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전 지회장은 노사가 겨우 합의를 이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고 힘줘 말했다. 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차광호 파인텍 노조지회장의 408일간 굴뚝 농성 끝에 노사는 합의서를 작성하고 단체협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단체협약 조항을 조율하다가 결국 협상이 무산됐다. 홍 전 지회장은 “이번에 작성한 합의서도 예전 합의서와 별 다를 게 없다. 김 대표가 신생법인을 맡는다 해도 어떻게 될지 보인다”라며 “4월 안에 단체협약을 하게 돼 있는데 사측과 당연히 부딪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현재 홍 전 지회장의 체중은 56kg다. 박 사무장은 48kg다. 75m 굴뚝 위에서 오랜 기간 농성하며 마지막엔 단식까지 한 탓이다. 두 사람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주말 동안 영양제를 집중적으로 맞았고, 건강 검진도 받고 있다.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하면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홍 전 지회장은 “발전소가 고소를 취하한다는 이야기는 있어도 우리들 힘 가지고는 무리가 있다”며 “업무방해죄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고, 2월 중순 쯤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 출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명 파인텍 노조원은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오는 7월 1일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