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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충당금 폭탄·금리 인하 악재' 에도 2분기 실적 선방

최정희 기자I 2016.07.11 10:35:48

4대 금융사 순익 1조6900억원 예상
전년보다 4% 증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조선·해운 등 구조조정에 기준금리 인하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이달 말 발표될 시중은행의 2분기(4~6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다. 주요 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에 대한 여신분류 하향 조정이 일어나면서 수 천억원대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 아울러 기준금리 인하에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은행에 따라 유가증권 및 자산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에 악재가 겹친 것치곤 선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충당금 3000~4000억원…NIM 하락 불가피

11일 증권사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은행 등 4대 금융사의 2분기 순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1조6900억원으로 전년동기(1조6325억원)보다 4%가량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에 3000~4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이 예상되는데다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한 악재를 고려하면 나름 선방했단 평가다.

4대 금융사의 충당금 규모를 좌우할 변수는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등이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대우조선 여신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면서 각각 최대 560억원, 1700억원 가량의 충당금 적립이 예상된다. 국민은행은 이미 1분기(1~3월)에 요주의로 하향 조정해 105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우리은행은 정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1분기에 3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자율협약에 돌입한 한진해운, 한진중공업에 대한 여신 분류도 대부분 요주의에서 ‘고정’으로 하향 조정됐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이 약 1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STX조선이 5월말 법정관리를 갔지만 4대 금융사는 지난해 이미 관련 여신에 대해 손실 처리를 한 터라 2분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2분기 진행 중인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상장은행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4100억원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은행 실적을 위협하는 또 다른 악재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NIM 하락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의 1분기 NIM은 평균 1.47%로 전분기보다 0.02%포인트 상승하며 저점을 찍고 반등한 모습을 보였으나 금리 인하에 NIM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0.04~0.06%포인트 NIM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승창 KB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마진율이 1.91%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하는 등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대출금리 상승과 조달금리 하락이 동반돼 금리 하락에 따른 NIM 하락 민감도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 금융사간 실적 희비…‘일회성 이익’ 관건

금융사별로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가장 기대를 모으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3000억원 초반대이지만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조선, 해운 구조조정 여파 등에 충당금 적립이 1500~2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 북경 화푸빌딩, 벨레상스호텔(옛 르네상스호텔), 베트남 랜드마크 등 우리은행을 괴롭혔던 4대 부실채권 담보물을 매각하면서 3000억원의 특별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PL비율도 1분기 1.38%에서 1.2% 미만으로 하락하고 NPL커버리지비율도 최대 140%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KB금융도 순이익이 4300억원으로 전년동기(3396억원)보다 26.6%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분기 200여명의 희망퇴직이 예상돼 5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대증권 자사주 매입을 통해 1000억원 규모의 부의 영업권(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적정가보다 싸게 살 때 발생하는 이익) 환입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연체율 상승의 주범이 된 ‘딜라이브(옛 씨앤앰)’ 인수금융과 관련 딜라이브의 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에 대해선 이미 1분기 때 손실 처리를 해 충당금 적립 부담도 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각각 순이익이 6400억원, 3200억원으로 예상돼 전년동기보다 7.5%, 14.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도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유가증권 매각 이익이 발생하면서 기저효과 때문에 순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딜라이브와 관련한 손실이 예상되지만 충당금은 3분기에 걸쳐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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