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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찾아주세요" 파지줍다 발견한 7990만원 신고한 50대

뉴스속보팀 기자I 2017.04.01 19:09:51

경기 광주서 5만원권 16묶음 주워…“100만원 넘는 돈 만져본 적 없어요”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잃어버린 사람 마음은 지금 어떻겠어요.”

경기 광주에서 파지를 수집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50대 여성이 비닐봉지에 든 수천만원을 주워 경찰서에 갖다 줬다.

1년 반 전 암투병하던 남편을 잃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하면서도, 그녀는 돈을 잃어버린 사람 걱정뿐이다.

이춘미(50) 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일대에서 파지를 주워와 정리하다가 파지 안에 있던 검은색 비닐봉지를 발견했다.

안에는 놀랍게도 5만원권 현금 16개 묶음, 7천990만원이 들어 있었다.

처음엔 잃어버린 사람 걱정에 직접 찾아주려고 나섰다가 여의치 않다고 생각한 이 씨는 다음날 오후 9시께 경찰을 찾아갔다.

광주서 경안지구대에 온 그녀는 비닐봉지를 내밀며 경찰관에게 “주인을 꼭 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유실물법에 따라, 이 씨에게 보관증을 써주고 돈을 경찰서로 넘겼다.

돈이 범죄 관련성 없는 유실물로 인정될 경우 유실물종합관리시스템(www.lost112.go.kr)에 공고 후 6개월 이내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습득자인 이씨가 세금 22%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받게 된다.

이 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운 돈은 내 돈이 아니어서 당연히 주인을 찾아주려고 경찰에 갖다 줬다”라며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광주지역에서 남편과 파지를 주우며 생활해 온 이 씨는 1년 반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하자, 시동생 김용환(49) 씨와 파지를 주우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데다 3년여 전 백내장 수술 이후 가까이에 있는 것은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눈이 안 좋아졌지만 한 달 30만∼40만원 정도 되는 수입이나마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파지를 줍고 있다.

이 씨는 “눈이 좋지 않아 다른 곳에 취직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평생 100만원 넘는 돈은 만져보지도 못했는데, 남의 돈이나마 이렇게 만져봤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제공한 다세대주택에서 아들과 생활하고 있다.

올해 스물다섯 된 아들이 학비 때문에 대학교에 복학하지 못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이 씨는 유실물법에 따라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돈을 받을 수도 있다는 설명에도 “내 돈이 아니므로 꼭 주인이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동생 김 씨도 14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딸(18)과 단둘이 지내면서 재작년 형이 사망한 뒤 형수인 이 씨와 함께 파지를 주우며 생활한다.

1t 화물차로 광주일대를 하루 8시간가량 돌며 파지를 주워와 고물상에 팔면, 3∼4만원가량 받지만, 기름값 등을 제외하면 손에 떨어지는 것은 하루 5천∼1만원 정도다.

그런데도 두 가족 형편이 어려워도 마음만은 넉넉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 씨의 선행이 기사를 통해서 알려지자, 일부 사회복지 단체로부터 “정기 후원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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