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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쓸 마스크가 없다…'마스크 유목민' 시민들, 분주한 주말

박기주 기자I 2020.03.01 16:08:21

목동 행복한백화점엔 연일 시민들 몰려
월요일 출근길 대비한 마스크 사기 위해 분주한 모습
약국 등에서도 마스크 구매 못해 어려움
지나가는 행인에게 '마스크 대신 구매해달라' 요청하기도

[이데일리 사건팀] “약국에 가도 다 매진이래요. 출근길에 쓸 마스크도 없는데…”

정부가 ‘마스크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수백만장의 마스크를 공적 판매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일반 시민들의 마스크 구하기는 난항이다. 일부 매장에서 판매되는 마스크는 4분 만에 준비한 상품이 모두 동났고, 약국에 공수된 마스크도 1시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매진되고 있다. 출근길에 사용할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은 ‘마스크 유목민’ 신세가 됐다.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에서 열린 마스크 긴급 노마진 판매 행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식품매장에서는 마스크 300장을 특별 판매했다. 1인당 2장씩, 한 장에 3000원으로 인근 행복한백화점(1장당 1000원)보다 훨씬 비쌌지만 4분 만에 모두 완판됐다.

해당 매장에서 만난 김세은(28)씨는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나와 약국과 행복한백화점 등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나마 운이 좋아 2장을 구매했다”며 “어제도 행복한 백화점에서 줄을 서 마스크를 샀는데 오늘은 이만 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등 판매처를 떠도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서울 행복한백화점 앞은 벌써 며칠째 마스크를 사기 위한 행렬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또 다른 공적 판매처인 약국 역시 마스크 물량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5가의 한 약국에서는 문을 연 후 10분여 만에 마스크가 거의 동이 난 상황이었다. 취재를 한 뒤 약국을 나서는 기자에게 한 50대 남성이 다가와 돈을 건네며 마스크를 사줄 수 없냐고 묻기도 했다. 1인당 제한 수량(2장)이 있어 벌어지는 촌극이었다. 약사가 자신의 얼굴을 까먹을 수도 있다며 그 앞을 서성인 그는 10분 후 다시 2장을 추가 구매해 돌아갔다.

또 다른 약국에서는 정부에서 공급한다고 밝힌 공적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자 따로 물건을 공수해 판매하기도 했다. 공적 마스크 가격보다 다소 비싸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시민들 입장에선 큰 고려대상이 아니다. 이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한 한 시민은 “요새 어딜가나 마스크가 품절인데 이렇게라도 사는 게 어디냐”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경기도 용인 농협 하나로마트에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오른쪽은 ‘마스크 매진’ 안내문을 붙인 약국의 모습. (사진= 이데일리 사건팀)
특히 출근이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 출근길에 대한 고민이 큰 직장인들이 많았다. 주말에는 집에서 나가지 않으면 됐지만, 마스크 없이 출근길을 나서야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도 용인 농협 하나로마트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간 이소윤(26)씨는 “11시부터 마스크 3000장을 판매 한다기에 서둘러 왔는데 벌써 매진돼 구매하지 못했다”며 “당장 내일부터 용인에서 강남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마스크가 없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목동 행복한백화점으로 마스크를 사러 온 안정례(60)씨는 “딸이 부천에서 건대가지 출퇴근하는데 마스크가 없어서 사러 왔다”며 “사람이 이렇게 북적여도 부천에서는 마스크를 살 수 없으니깐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행복한백화점에 혼자 온 강현수(15)군은 “곧 개강하는데 주면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너무 힘드니깐 걱정돼서 미리 사러왔다”며 “지금도 한번만 쓰고 버리긴 아까워서 2~3일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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