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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비관론’ 모건스탠리의 뒤늦은 후회 “우리가 틀렸다”

이명철 기자I 2023.07.25 11:07:44

마이크 윌슨 “우리 예상보다 높은 밸류에이션 받아”
올해 미국 증시 부진 예측했으나 연일 랠리 이어가
기업이익 전망은 여전히 신중 “물가 둔화→가격 하락”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윌스트리트의 대표 비관론자(닥터 둠)인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가 지속되는 뉴욕 증시 랠리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올해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예측과 다른 시장 상황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 모건스탠리 회사 로고가 보이고 있다. (사진=AFP)


블룸버그통신은 마이크 윌슨이 24일(현지시간) 고객들에게 “우리가 틀렸다”(We were wrong)는 내용의 메모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그는 “올해는 인플레이션의 하락과 기업들의 비용 절감으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가치)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 증시가 지난해 하락세가 잊혀질 만큼 반등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너무 오랫동안 비관론을 고수했다고 인정했다.

윌슨은 지난해 주식시장의 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명성을 쌓은 바 있다. 당초 그는 올해 S&P 500지수가 390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S&P 500지수는 4500대로 윌슨의 전망치보다 60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현재 뉴욕 증시는 연일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52% 오른 3만5411.24로 장을 마쳐 11일 연속 상승했다. 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같은기간 각각 0.40%, 0.19% 상승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블룸버그는 기업 수익 감소에도 증시가 상승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주 대형주 중심으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반영됐고 예상 외로 경기가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심리에도 훈풍이 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윌슨에 대해서는 주식 랠리를 놓친 대다수의 월스트리트 예측가 중 한 명이라고 지목했다.

윌슨은 S&P 500지수의 내년 6월 전망치를 4200으로 설정하며 당초 예상보다 300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다만 현재 수준보다는 약 8% 낮다. 주식 랠리를 과소 평가한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미국 기업의 이익 창출력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 둔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적인 기조에 변화를 주면서 주식 가치에 우호적일 순 있지만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물가 상승폭이 낮아지면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되는 동시에 가격 하락과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한 지 2주만에 기업의 이익 하향 조정 속도가 상향 조정 속도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윌슨은 “2023년 실적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이라며 “올해 많은 기업의 매출 성장률을 이끈 주요인은 가격이었는데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면 상당한 역풍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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