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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O) 사태 잊었나? 제2 키코 상품 꿈틀

김남현 기자I 2014.01.27 12:00:00

대기업 중심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증가세..환 급변동시 위험전이 채널 될 수 있어

[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키코(KIKO) 상품으로 유명한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지난해부터 거래가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키코가 중소기업에 피해를 입혔다면 이번엔 대기업이 문제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당국은 아직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키코사태를 불러올 때처럼 거래가 아직 많지 않은데다 대기업 체력이 중기보다 좋아 위험 헤지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환율 급변동시 위험전이 채널 역할을 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시장의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이 39조8000억원으로 2012년말 26조1000억원 대비 52.5%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고위험으로 분류되는 상품이 같은기간 2조8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이중 레버리지 조건이 포함된 옵션상품도 1조1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이란 일반적인 스왑이나 옵션 등 현금흐름 구조가 정형화된 파생상품과 달리 특이한 형태를 갖고 있거나 여러개의 정형 파생상품이 합성돼 만들어진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상반기 은행기준 거래가 많았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으로는 Target Redemption Forward, Range Forward/Risk Reversal, Average Rate Forward(Asian Option), Seagull 등이 있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과 외은지점 모두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이 늘어난(각각 9조3000억원→13조7000억원, 16조8000억원→26조1000억원) 가운데 특히 외은지점 거래잔액 비중이 2012년말 64.4%에서 2013년 6월말 65.6%로 늘었다. 기업별로는 대기업이 2012년말 대비 3조8000억원이 늘어난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도 2조4000억원 증가해 3조7000억원을 보였다.

한은은 이같은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 증가요인으로 통화옵션의 내재변동성 하향을 꼽았다. 이어 수요자 측면에서 헤지비용 절감과 공급자 측면에서 고수익 창출이 맞물렸다고 봤다. 한은 분석에서도 과거 통화옵션 내재변동성과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량사이에 -3.49의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이같은 상품이 확대될 경우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변동성 확대를 불러 올수 있다고 봤다. 헤지를 위한 델타와 감마 거래량이 모두 정형 파생상품에 비해 10배내지 7배 가량 크기 때문이다.

또 거래상대방에 대한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 한은이 지난해 상반기중 실제 시장에서 거래된 비정형 통화파생상품과 정형 통화파생상품(통화선도)의 익스포저를 산출해 본 결과 달러당 원화 익스포저가 비정형의 경우 최대 1030원으로 정형상품(470원)의 2배 이상 컸다. 이밖에 대고객 파상상품 관련 손실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외부충격 발생시 현물환 헤지 규모가 크게 늘면서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시장상황 악화시 은행의 거래상대방 및 시장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주 거래상대방인 해외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예측했다. 또 비정형 상품이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시장 급변동시 평가손이 확대되면서 기업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종열 한은 금융검사분석실 분석기획팀장은 “비정형 파상생품 거래 증가세가 아직 미약하나 위험전이 채널로써의 역할을 할수 있다 은행은 리스크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고 테이퍼링에 따른 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야 하고 수출입기업 역시 손실발생시 감내할만한 수준에서 헤지거래를 해야 한다”며 “금융당국 역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등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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