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태라면 조만간 4만명대, 7월 말 8월 초에는 10만명도 넘어설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BA.5라는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
◇ BA.5 국내 검출률 ‘훌쩍’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 세부변이인 BA.5 국내 검출률이 6월 둘째 주 1.4%, 셋째 주 10.4%에서 다섯째 주 28.2%까지 높아졌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행 중인 우세종은 일명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 불리는 BA.2였다. 그런데 2~3주만에 BA.5 검출률이 3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방역당국도 “BA.5의 우세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BA.5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을 이끄는 변이로 자리 잡은 상태다. BA.5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 형질을 갖고 있어 기존 감염이나 백신으로 형성된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BA.4와 BA.5가 우세종이 되기 전인 지난 4월 인구의 98%가 백신 또는 자연감염으로 항체를 보유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이후 많은 사람이 BA.4와 BA.5에 걸렸다. 영국 보건청은 BA.5 전파 속도가 스텔스 오미크론대비 35.1%나 빠르고 돌파감염자에 대한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백신 중화능도 BA.2 대비 3배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미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항체가 형성됐더라도 BA.5가 돌파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전파력도 강해 기하급수 확산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 코로나 감염될 때마다 위험 증가
문제는 치명률이다. 재감염 시 기존 면역시스템이 작동해 감기처럼 조용히 지나가면 문제가 없지만, 면역이 약화한 상태에서 재감염 시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치명률을 높일 수 있다. 현재 국내 치명률은 0.13%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지야드 알 앨리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에 한 번 감염된 25만명 이상과 2회 이상 감염된 3만8000명의 건강 기록을 비교했다. 그 결과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던 사람들과 비교해 두 번 이상 감염된 이들이 마지막 감염 후 6개월 이내 사망할 위험은 2배 이상, 입원할 위험은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 이상 감염자는 폐와 심장 문제, 피로, 소화와 신장 질환, 당뇨병, 신경 질환의 위험이 더 커졌다. 재감염 후 흔히 흉통, 비정상적인 심장박동, 심장마비, 심부전, 혈전 등의 질병이 새롭게 진단됐다. 고위험군은 처음 감염 때 심하게 앓아 건강이 손상된 상태에서 재감염돼 치명률이 높아진 걸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BA.5가 이전의 오미크론 변이보다 더 중증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BA.5의 중증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지 않아 사회적 거리두기 재개나 입국제한 조치 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추가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예방접종에 따른 위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확인되고 있다”며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국가도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을 독려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백신이 BA.5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기존 백신을 다시 손봐서 BA5에 대응할 수 있는 재조합 형태의 백신을 새로 만들라고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추가백신 도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BA.5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 해외에서 만들어지더라도 국내에 도입될 땐 유행 정점을 지날 수 있다”며 “기존 백신을 이용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이사장)는 “가장 핵심 방역전략이 실내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이라며 “이 두 가지에 계속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