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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는 19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EU의 11차 제재 패키지 관련 문서를 인용,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EU 집행위원회에 러시아의 원자력 에너지 관련 민간 부문 제재, 러시아산 다이아몬드 및 석유 수입 금지, 러시아 국영기업에 대한 정보통신 기술 서비스 제공 금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4개월 동안 러시아에 대한 10개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고, 현재 11차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EU는 10차례 제재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해상을 통한 러시아의 석유·석탄 수출을 제재하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를 대폭 축소했다. 하지만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해인 2021년 러시아는 EU에 세 번째로 많은 우라늄을 공급한 국가였다. 영국의 싱크탱크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RUSI)는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원자력 에너지 부문에서 10억달러 이상의 재료 및 기술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가 러시아의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로베르트 하베크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지난 주말 “EU 전역이 러시아로부터 계속 독립해야 한다”며 “원자력 부문은 (러시아와의 교역이) 여전히 두드러진다. (다른 에너지들과 달리) 이 부문만 특혜를 받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원자력 기술은 매우 민감한 분야다. 러시아는 더 이상 이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RUSI도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원자력 에너지 부문 수출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및 EU 회원국에 대한 수출이 포함돼 있다”며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의 원자력 관련 수출은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았다. 소수의 충성도 높은 고객이 여전히 러시아와 거래하길 바라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원자력 수출이 확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꼬집었다.
유럽 내 환경단체들과 우크라이나 역시 EU가 러시아산 원자력 에너지 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1차 제재 패키지에 러시아의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제재가 포함되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현재 진행 중인 기밀과 관련된 논의”라며 별도로 언급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EU 내부에선 이전에도 러시아 원자력 에너지 제재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헝가리와 불가리아 등이 반대했다. 헝가리는 자국 내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해 8월 러시아 국영기업인 로사톰과 신규 원자로 2기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헝가리 내 기존 원자로 4기 역시 로사톰이 건설했다.
CNBC는 “러시아에 대한 EU의 제재는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각국 이해관계에 따라 항상 복잡한 논쟁을 야기한다”며 기존 제재들과 마찬가지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제재 여부도 현 시점에선 불확실성으로 뒤덮여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