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뉴스+]'23시까지 운영 가능합니다'?…방역 '무법천지' 스터디 카페

김대연 기자I 2021.08.20 11:00:00

고객이 직접 '출입 기록·발열 체크'…감독 없어
"턱스크·취식 너무 많아"…방역 사각지대 우려
오락가락 방역지침에…상주직원도 안내 '번복'
지자체 "단속·관리 인원 한정…입장 양해 바라"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23시까지 운영합니다. 아, 4단계가 연장돼 22시까지 운영이라고 하네요.”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일부 스터디 카페는 버젓이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4시간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 스터디 카페 특성상 입장객들의 방역 준수 여부를 일일이 감독하기 어려워 방역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출입 기록과 발열 체크도 입장객의 자율에 맡긴 곳이 많아 업주 및 관할 지자체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흥업소만 불법... ‘스터디카페’도 방역 사각지대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턱스크·취식 너무 많아”…일부 무인 스터디 카페는 ‘방역 사각지대’

1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일부 무인 스터디 카페들은 입장객이 스스로 방명록을 작성하고 발열 체크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업주가 직접 스터디 카페 내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입장객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감독해야 하는데, 상주 직원이 없다 보니 사실상 방역 사각지대 상태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달 수도권 소재 무인 카페·스터디 카페 10곳씩 총 20곳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여부 및 위생 실태를 점검한 결과 18곳(90%)이 발열 여부와 관계없이 출입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한 무인 스터디 카페의 모습. 입장객이 스스로 방명록을 작성하고 발열 체크를 해야 한다. (사진=김대연 기자)
서울 관악구의 한 무인 스터디 카페는 예약한 사람에 한해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출입문이 열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로 환기를 하느라 출입문을 내내 개방하고 있어 꼼꼼한 출입 절차가 없어도 들어갈 수 있었다.

입장객이 직접 방명록을 남기고 발열 체크를 해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거나 제지하는 직원은 없었다. 일부 이용객들은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거나 취식을 하며 방역수칙을 어겼다. 카페 내부에 붙은 ‘경고 안내문’이 무색했다.

주말마다 무인 스터디 카페에 간다는 안모(27·여)씨는 “시험 기간만 되면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턱스크’를 한 채로 우르르 몰려다닌다”며 “사장이나 직원이 없어서 경고하는 사람도 없고 다른 곳으로 옮길까 고민 중”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스터디 카페에서 채용 필기 시험을 봤다는 김모(29·남)씨는 “코로나19 이후에 대부분 기업들이 온라인 필기 시험을 진행하는데 조용한 곳에서 응시하지 않으면 불합격 처리한다”며 “어쩔 수 없이 스터디 카페에서 시험을 치렀는데 신분 확인을 위해 몇 분간 마스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업주들은 각종 집합제한 정책 탓에 장사는 안 되고 인건비까지 줄여야 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구로구 개봉동에서 무인 스터디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0·남)씨는 “정부 지침이 많이 바뀌니까 영업시간 안내 자동 응답 서비스조차 바꾸기 애매하다”며 “인건비가 무인 운영의 가장 큰 이유”라고 토로했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스터디 카페에 한 이용객이 운영 시간을 문의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23시’까지 운영한다는데…지자체는 “단속 인원 한정”

한 스터디 카페는 4단계 기준 운영시간인 밤 10시를 넘겨 11시까지 운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김모(23·여)씨는 서울 서초구의 소재 스터디 카페에 운영 시간을 문의하고 나서 직원에게 “23시까지 운영한다”는 답을 받았다.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김씨가 재차 확인하자 그제서야 직원은 “4단계가 연장돼 22시까지 운영한다”고 정정했다. 당시는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심각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지 정확히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직원이 말을 번복하자 당황스러웠다는 김씨는 “만약 다시 확인하지 않았으면 불법을 저지를 뻔했다”며 “그럼 여태 그곳은 23시까지 운영했던 건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스터디 카페 내 방역지침 위반이 빈번해도 이를 감독하는 지자체 현장 단속 인원은 한정돼 사실상 관리가 힘든 게 현실이다. 관할 지자체는 현장에서 방역수칙을 위반하는 모습을 적발하지 못하면 사실상 업체에 ‘권고’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인이 신고해도 현재 관리·감독 인원이 한정돼 있고 업무가 가중된 상황이라 현장을 적발하지 못하면 처벌이 힘들다”며 “개인정보 때문에 (10시 이후) 결제 내역을 확인하기는 어려워서 신고가 들어오면 10시 이후에 직원들이 (신고된 업체에) 방문해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무인 업체가 방역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역지침을 준수하려는 개인의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무인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개인이 스스로 발열 체크하고 명부를 작성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방역수칙을 하나라도 안 지키면 델타 변이는 순식간에 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