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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경보에도 차량 통제 없었다”…골든타임 놓친 인재

김범준 기자I 2023.07.16 18:05:21

사흘간 충북 청주 강수량 433㎜ 집중 호우로
미호강 수위 오르며 침수 4시간 전 '홍수경보'
긴급 교통통제 필요했지만…지자체 '무대응'
결국 9명 사망 참사…"재난안전법 어긴 위법"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16일 오전 11시 기준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른바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두고 미흡한 행정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고 발생 이틀 전부터 일대 집중 호우로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지고 일대 침수가 예견된 상황에서 사전 제방관리와 차량 진입 통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6일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호우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현재까지 사망자 33명과 실종자 10명 등 43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버스 등 총 15대 차량이 침수되면서 현재까지 사고 발생 이틀 새 사망자가 9명으로 늘었다.

기상청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번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강 일대 청주 지역에는 지난 13일부터 장마전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홍수경보가 내려졌다. 일대 사흘간 누적 강수량은 무려 433.4㎜에 이른다. 폭우로 인해 하천 수위가 급격히 오르면서 같은 날 오전 6시30분에는 이미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했다.

이에 당시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 구청에 인근 도로 차량 진입 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해당 지자체 등 행정청의 교통 통제와 제방 관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약 2시간 뒤인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미호강 임시 제방이 무너지면서 갑자기 불어난 하천수가 해당 지하차도에 순식간에 유입했다. 불과 2~3분만인 짧은 시간 동안 전장 약 430m, 높이 4.5m 규모 지하차도에 6만t 가량의 물이 가득 찼다.

결국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호우와 침수가 충분히 예견된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놓쳐 막지 못한 ‘인재’라는 지적이 따른다. 아울러 임시 제방 관리도 허술했다는 주민들의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한 시민은 “버스와 승용차 등이 주변에 많았는데 지하차도 앞뒤에서 물이 들어오더니 그 수위가 빠르게 높아졌다”며 “침수가 예상될 때 지하차도 진입로를 미리 막았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왜 통제가 안 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다.

희생자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도 발빠른 행정적 대처가 있었다면 참극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거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인근 마을 주민들도 폭우 상황에서 굴삭기가 긁어모은 모래로 해당 임시 둑을 쌓는 허술한 땜질식 보강으로 결국 터지며 범람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행안부 중앙재난관리평가위원)는 “2003년부터 시행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에 관한 4단계 과정 등 재난관리 시스템을 명확히 규정해놨다”면서 “이번 재난은 관할 지자체장 등이 긴급 통행 금지·제한과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하지 않은 분명한 위법이자 직무 유기에 따른 인재”라고 지적했다.

지적이 잇따르자 충청북도는 “홍수경보가 내려져도 도로상황 등을 파악해 차량을 통제하게 돼 있다”며 “이번 사고는 제방이 범람하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이 쏟아져 들어와 차량을 통제할 시간이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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