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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자왕, 전염병 맞설 '생명의 순환' 노래하다

장병호 기자I 2022.02.02 19:53:49

3년 만에 한국 찾은 뮤지컬 '라이온 킹'
코로나19로 우여곡절 끝 지난달 28일 개막
객석 통로 입장 수정…무대 진가는 여전해
"삶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 희망의 메시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가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삶은 돌고 돌 것이니. 그것은 생명의 순환, 생명의 순환.”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뮤지컬 ‘라이온 킹’의 마지막 넘버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가 3년여 만에 이곳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서클 오브 라이프’는 ‘라이온 킹’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대표곡. 이날 공연에선 그 의미가 더 특별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삶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노래의 울림이 여느 때보다 크게 다가왔다.

뮤지컬 ‘라이온 킹’ 중 ‘서클 오브 라이프’(사진=에스앤코, Joan Marcus ⓒDisney)
‘라이온 킹’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1997년 초연해 21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1억 1000만 명 이상이 관람하며 81억 달러(약 8조 8000만원)의 수익을 거둔 세계적인 흥행 뮤지컬이다. 200여 개의 퍼펫, 마스크와 700여 개의 조명으로 온갖 동물로 가득한 아프리카 초원을 무대에 재현해 ‘공연예술의 최정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8~2019년 대구·서울·부산 공연에 이은 두 번째 인터내셔널 투어로 약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개막부터 순탄치 않았다. 당초 지난달 6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항공기 수급에 차질이 생겨 개막을 3주 뒤로 연기했다. 개막 직전 프로덕션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두 차례 개막을 취소한 끝에 지난달 28일 마침내 관객과 만났다.

뮤지컬 ‘라이온 킹’ 중 무파사(오른쪽)와 스카(사진=에스앤코, Joan Marcus ⓒDisney)
공연 또한 코로나19로 변화가 생겼다. ‘라이온 킹’의 백미인 동물들의 객석 통로 입장 장면이 관객과 배우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방역 지침에 따라 수정된 것이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객석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동물들의 향연이 주는 압도적인 분위기를 이번엔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코로나19를 뚫고 돌아온 ‘라이온 킹’의 진가는 여전했다. 동물을 형상화한 가면부터 퍼펫, 그림자극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눈을 떼기 힘들었다. 주인공 심바에게 용기를 전하는 무파사의 환영을 조명으로 재현하는 2막의 대표 넘버 ‘히 리브즈 인 유’(He Lives in You)는 다시 봐도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감초 캐릭터인 자주, 티몬, 품바는 “동대문 시장” “대박” “감사합니다” 등 짧은 한국어 대사로 웃음을 선사했다.

‘라이온 킹’은 지난해 9월 브로드웨이에서 1년 반만에 공연을 재개했다. 오리지널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공연 재개막일 무대에 올라 극 중 라피키의 대사를 빌려 “이제 시간이 됐다”며 공연 재개를 축하했다. 다시 한국을 찾은 ‘라이온 킹’도 머잖아 우리도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될 것이라며 희망을 노래한다. 공연은 오는 3월 18일까지. 4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뮤지컬 ‘라이온 킹’ 중 날라(왼쪽)와 심바(사진=에스앤코, Joan Marcus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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