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와도 취업 어려워’ 청년문제가 이대 사태 불렀다

신하영 기자I 2016.08.21 19:55:00

“취업도 어려운데···평단사업 신입생 특혜에 반발”
“대학가 이대 사태 영향···일방통행식 사업 감소”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에 반대해 시작한 이대 본관 점거 농성이 20일을 넘겼다. 농성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최경희 총장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달 28일 학생들의 대학본관 점거농성으로 시작된 ‘이화여대(이대) 사태’가 20일을 넘었지만 아직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미래라이프대학 신설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히자 이제는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수능 없이 입학···대학 브랜드 하락 우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원인을 대학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한 이대생들의 ‘기득권 지키기’에서 찾는다. 이대 등 여대 경쟁력이 예전만 못해 불거졌다는 식의 ‘여대 위기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청년 취업난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대 사태를 단순히 여대 문제로만 한정할 수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청년 취업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지난 5월 9.7%를 기록한 데 이어 6월에는 10.3%로 올라섰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기준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평생교육단과대학(평단) 지원사업이 학생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평단사업은 고졸취업자와 등 성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을 대학 내 단과대학(학부)으로 흡수시키려는 사업으로 신입생들에게 입학·학업에서 편의를 제공한다.

교육부는 ‘고졸 취업자들에게 질 좋은 평생교육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평단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존 학생들의 심기를 고려하지 못한 점이 이대 사태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평생교육단과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수능시험 없이 대학입시를 치르며 입학 후 주말·야간 수업도 가능하다”며 “더욱이 학비 감면 혜택까지 보기 때문에 기존 학생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평단사업 기본계획’에 따르면 평단 신입생은 학기당 등록금이 아닌 신청 학점에 한해서만 학비를 내면 된다. 이 같은 혜택을 받으면서도 졸업할 때는 기존 학생들과 동일한 학위·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 “명문대 나와도 취업 어려운 현실 반영”

일각에서는 여대의 경쟁력이 과거와 같지 않기 때문에 이대 사태가 촉발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부산지역 A대 총장은 “이대사태를 여대 위기론 때문에 불거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만약 과거처럼 서울의 명문대학을 나오면 취업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때라면 이대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 평단사업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은 이대에 이어 동국대와 인하대로도 확산됐다. 한 인하대 학생은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평단사업과 같은 교육부 지원 사업에 치중하다보면, 대외적 이미지와 학교커트라인은 점점 떨어질 것”이라며 “재단의 지원으로 학교가 승승장구하는 다른 대학과 정말 비교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부 재정 지원에 목을 매 학생의견 수렴 없이 평단사업을 추진한 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최경희 이대 총장은 일부 보직교수들이 학생들 때문에 본관에서 나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경찰력 투입을 요청했다. 학생들에 이어 교수들까지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대 교수는 “학생들이 항의 집회를 열자 총장은 대화노력은 하지 않고 경찰을 학교 안으로 불러 진압했다”며 “이 점 때문에 교수들 사이에서 총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대 사태는 교수 115명이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들은 최 총장에 대해 “소통의 부재와 일방적인 리더십으로 현 사태를 초래하고 공권력을 투입했다”며 “최 총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B대학 총장은 “이대 사태가 대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는 교육부가 재정지원을 한다고 해도 학생·교수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대학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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