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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원의 촉]공감대 형성한 민주당 경선연기, 후보별 이해득실은?

선상원 기자I 2021.07.14 10:07:04

코로나19 유행으로 순연 불가피, 이재명 지사도 탄력적
당 선관위 상황보며 결정할 듯, 상승세 탄 이낙연 유리
호남과 여성, MZ세대서 이 지사를 앞서거나 비슷해져
이 지사도 숨고르기 시간 벌어, 호남·친문공략 강화할 듯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이 경선 연기를 고민하고 있다. 앞서 예비경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경선연기론에 선을 그었던 민주당 지도부도 코로나 방역상황을 봐가며 연기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예비경선에서 본경선에 진출할 후보 6명을 골라낸 민주당은 내달 3일부터 지역순회경선에 들어가 9월 5일 대통령후보를 확정한다. 문제는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전국 순회경선 일정 소화가 불투명해졌다. 정부가 7월말까지 코로나 방역을 강화한 상황에서 내달초에 예정대로 순회경선을 진행하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다.

경선 프로그램을 조정해 계획대로 9월 5일에 대통령후보를 선출하거나 아예 일정을 연기하자는 주장이 각 후보측에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제외한 5명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과거 당헌·당규를 따라야 한다며 경선연기에 부정적이었던 박용진 의원과 추미애 전 장관도 입장을 바꿨다. 박 의원은 12일 “지금은 국민 안전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결정을 따르겠다며 경선 연기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이 지사 역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 지사는 이날 KBS 뉴스9에 출연해 “2주 뒤 방역상황을 보고 당 지도부 결정에 따르겠다. 방역 행정을 일선에서 책임지고 있는데 후보 입장만 주장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탄력적 대응을 예고했다.

대선주자들의 입장이 대동소이한 만큼,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코로나 방역상황을 봐가며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선거관리위원장은 “이 지사를 제외한 후보 5명은 경선을 좀 미루자는 입장이다. 아직 이 지사측에서는 분명한 입장이 안 왔다”며 “7월에는 지역순회경선 일정이 없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코로나 방역상황을 지켜보며 최고위원회 논의 전에 먼저 선관위에서 결정해야 한다. 아직 결정을 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이 지사측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지만, 당내에 경선 연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경선 일정은 순연될 것으로 보인다.

각 후보들, 정책 발표하며 합종연횡 모색할 듯

일정 변경이 각 대선후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시간을 번 만큼, 지지율 격차를 줄이고 지지기반 확대를 위한 정책, 공약 발표나 타 후보에 대한 검증공세, 후보간 합종연횡 모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비경선에서 선전하면서 지지율이 오른 이낙연 전 총리는 불안한 이 지사에 대한 대안론 부각에 주력할 전망이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9∼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이 전 총리가 전주보다 5.9%포인트 상승한 18.1%를 기록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하락한 29.9%, 이 지사는 3.4%포인트 떨어진 26.9%였다. 범진보권 대선후보 적합도에서는, 이 지사는 전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한 29.7%, 이 전 총리는 7.7%포인트 상승한 20.6%에 달했다. 20%포인트나 됐던 그 격차가 한 자리수로 줄어든 것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예비경선에서 이낙연 전 총리의 안정론과 품격 카드가 먹혔다. 들인 노력에 비하면 효과가 큰 가성비 있는 예비경선을 했다”며 “서울 민심과 연동돼 있는 호남에서 굳이 이 지사로 조기 결정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커졌고 이 전 총리가 호남과 서울, 여성, MZ세대에서 지지율이 상승해 이 지사와 대등하거나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두관(왼쪽부터)·박용진·이낙연·정세균·이재명·추미애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기자단)


호남에서 압도하는 후보 없는 한 결선투표행

쫓기는 처지인 이 지사도 숨 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자신의 장점인 행정능력과 실천력을 보일 수 있고 본경선에 대한 전략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다. 결선투표 없이 본선 직행을 노리는 이 지사측은 호남에서 지지율을 올리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흡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이 지사측 의원들이 토론회에서 보인 이 지사의 말과 행동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더 이상 이 지사 개인기에 맡겨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TV 토론을 지원할 팀을 보강하고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을 고치려고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 안팎에서는 결국 결선투표까지 갈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지역순회경선이 열리지 않아 확정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후보가 없는 한 결선투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배 소장은 “이 지사가 유일 대안이었는데,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윤석열 전 총장과의 양자대결에서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며 “호남에서는 우리 지역 출신이면 좋겠다는 정서가 있다. 호남 민심이 조기에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결선까지 갈 것이고 민주당 경선이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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