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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로 실종된 글로벌 공조..한국 경제도 각자도생 불가피

피용익 기자I 2016.06.26 18:00:47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영국의 유렵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25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세계경제회의에 모인 중앙은행 수장들은 금융시장 안정에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한국 정부는 26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브렉시트발 혼란에 대비했다. 유럽에선 27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이 브렉시트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한다.

EU에서 첫 탈퇴국이 등장한 것은 세계 경제가 43년 동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그동안 익숙하게 여겨온 패러다임이 뒤흔들릴 전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각국의 공조나 공생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흐름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한국 경제에 주어진 셈이다.

브렉시트 이후 각국의 대응은 가장 먼저 통화정책을 통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EU 탈퇴 직후 치솟은 달러와 엔 가치 움직임이 이같은 예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통화 강세로 수입이 증가해 무역적자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이 통화 약세 정책을 펴면서 전 세계적인 ‘통화 전쟁’이 재발할 공산이 크다.

당장 엔고 때문에 비상이 걸린 일본은행은 다음달 정례회의에서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당분간 물건너갔다는 분석이 많다. 오히려 연준이 다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주요국들이 브렉시트 대응에 힘을 모으더라도 위기를 촉발할 뇌관은 여전히 살아있다. 프랑스 등 다른 EU 회원국들의 연쇄 탈퇴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가 미국 대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이민과 고립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대권 가도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벨기에의 민간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의 프레드릭 에릭슨 소장은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화는 분명히 종료됐다”며 전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와 고립주의의 등장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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