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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경 회계사회장 "기업 자유수임 회계감사, 막다른 골목 왔다"

김도년 기자I 2016.11.03 10:00:00

"저품질 저가격 우대되는 회계감사 시장, 지정감사제 확대해 바로잡아야"
"최저감사 보수한도 설정, 공정거래법 위배 안돼" 법률 검토 의견도 받아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최중경(사진)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이 자율로 감사인을 수임하는 ‘자유수임제’는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감사수수료가 싸면 쌀수록 좋다고 보는 관점은 회계정보 이용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이젠 감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전일(2일) 서울시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 ‘제2차 기자 회계세미나’에서 “회계정보를 바로 잡아 경제적 의사결정과 자원배분을 제대로 해야 우리 경제가 바른 길로 간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공인회계사회가 감사인 자유수임제를 지금처럼 유지했을 때 회계 투명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이유는 ‘저품질 저가격’이 우대되는 감사 시장의 근본적 모순에 있다고 지적한다.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이 주주, 채권자, 소비자, 세무당국 등 회계정보 이용자들을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인식하면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장실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특성상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대주주, 경영진, 내부감사 간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서구식 자유수임제만 도입하다보니 분식회계가 만연하는 폐단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현재 회계사회는 물론 한국회계학회와 국회 정무위원회 등 학계, 정계에선 자유수임제의 폐단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감사인을 정해주는 이른바 ‘지정 감사제’를 확대하는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모든 상장사에 지정 감사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매파 의견과 함께 자유수임제 6년, 지정감사제 3년으로 혼합한 ‘혼합감사제’나 감사인 지정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 등을 주장하는 현실론도 나온다. 또 감사 전 재무제표를 감사인과 증권선물위원회에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분식회계로 처벌 받은 임원을 재선임하는 곳, 영업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 간의 괴리율 등이 커져 분식 징후가 높아지는 기업 등에 대해서도 감사인을 지정하자는 구체적인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회계사회는 또 회계법인간 감사일감 저가수주 경쟁으로 감사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고려되고 있는 최저표준투입기준(Minimum Standard Input) 도입도 공정거래법 상의 독과점 금지 조항을 위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률 검토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 윤용희 변호사는 “회계감사 계약은 회계정보 이용자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것이 어렵고 회계법인의 정보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막중하다는 위험 효소가 있음에도 감사보수 책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를 띄기 때문에 감사인과 기업간의 민법상 위임 계약만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회계정보 이용자를 위해 감사인과 기업이 사무를 하는 형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회계감사가 감사인이 기업에만 제공하는 서비스상품의 형태로만 본다면 최저 감사보수를 정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상의 가격 담합 행위가 될 수도 있지만 회계정보 이용자를 위해 감사인과 기업이 일하는 공공재의 형태를 띄기 때문에 최저 감사보수를 정해도 담합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감정평가사들의 수수료도 이 같은 논리로 최저 한도를 설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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