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적합 업종 선정 움직임에 대해 한 식품업체 임원의 한숨섞인 토로다. 수 십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며 회사를 키워왔는데 ‘너희는 대기업이니 이제 그만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그는 “차라리 회사 내부 문제라면 억울하지나 않겠다”며 “동반위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정책으로 수 많은 업체들은 또 다시 피를 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체들의 눈과 귀는 온통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쏠려있다. 동반위의 중기적합 업종 선정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이미 한 차례 결과 발표가 연기된 제과·제빵업에 이어, 외식업도 중기적합 업종에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식품업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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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SPC그룹 관계자는 “동반위의 결정 여부에 회사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금껏 수 십년간 오로지 빵 하나로 일군 기업인데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곧 사형선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동반위가 외식 사업도 중기적합 업종 선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품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동반위가 중기적합 업종으로 외식업을 지정할 경우, CJ푸드빌, 롯데리아, 아워홈, 이랜드, 신세계푸드, 놀부 등 30여 곳의 외식업체들은 더 이상 신규 매장을 출점할 수 없게 된다.
특히 CJ푸드빌은 빕스, 비비고, 차이나팩토리, 제일제면소, 씨푸드오션 등 10여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슐리의 이랜드, T.G.I.F의 롯데리아, 아워홈 등도 마찬가지다.
식품업계는 장기 불황으로 수년째 실적 부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기적합 업종 선정이라는 악재를 만났으니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심정”이라면서 “링거를 맞아야 할 판에 산소호흡기를 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동반위가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단순히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 활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골목상권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휘두른 칼이 내수 산업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가 외식업까지 손을 댄다는 소식에 모두들 망연자실한 분위기”라며 “동반위의 결정이 앞으로 식품산업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