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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자루 쥔' 동반위, '한숨뿐인' 식품업계

정재웅 기자I 2013.01.24 11:36:29

중기적합 업종 선정 확대 움직임에 속앓이
식품업계 "이미 코너에 몰려있는데…"
"합리적인 결정 필요..후폭풍도 고려해야"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이건 그냥 죽으라는 겁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기적합 업종 선정 움직임에 대해 한 식품업체 임원의 한숨섞인 토로다. 수 십년간 산전수전 다 겪으며 회사를 키워왔는데 ‘너희는 대기업이니 이제 그만하라’고 하니 미칠 노릇이다. 그는 “차라리 회사 내부 문제라면 억울하지나 않겠다”며 “동반위는 대의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정책으로 수 많은 업체들은 또 다시 피를 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업체들의 눈과 귀는 온통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쏠려있다. 동반위의 중기적합 업종 선정 발표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해 당사자들간의 첨예한 의견 대립으로 이미 한 차례 결과 발표가 연기된 제과·제빵업에 이어, 외식업도 중기적합 업종에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식품업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다.

파리바게뜨 점주들로 구성된 프랜차이즈 자영업자 생존권 보장 비상 대책위원회가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 제과·제빵업 중기적합 업종 선정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동반위는 내달 초에 제과·제빵업에 대한 중기적합 업종 선정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기업 빵집’과 대한제과협회를 위시한 중소 상인들간의 의견차는 여전하다.

24일 SPC그룹 관계자는 “동반위의 결정 여부에 회사의 존망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금껏 수 십년간 오로지 빵 하나로 일군 기업인데 더 이상 이 일을 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곧 사형선고인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동반위가 외식 사업도 중기적합 업종 선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식품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동반위가 중기적합 업종으로 외식업을 지정할 경우, CJ푸드빌, 롯데리아, 아워홈, 이랜드, 신세계푸드, 놀부 등 30여 곳의 외식업체들은 더 이상 신규 매장을 출점할 수 없게 된다.

특히 CJ푸드빌은 빕스, 비비고, 차이나팩토리, 제일제면소, 씨푸드오션 등 10여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애슐리의 이랜드, T.G.I.F의 롯데리아, 아워홈 등도 마찬가지다.

식품업계는 장기 불황으로 수년째 실적 부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중기적합 업종 선정이라는 악재를 만났으니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하는 심정”이라면서 “링거를 맞아야 할 판에 산소호흡기를 떼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동반위가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단순히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 활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골목상권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휘두른 칼이 내수 산업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가 외식업까지 손을 댄다는 소식에 모두들 망연자실한 분위기”라며 “동반위의 결정이 앞으로 식품산업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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