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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당시 국내 여러 대기업집단 가운데 하나였던 삼성은 이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온리원(only one)’으로 성장했다. 미국·일본을 어떻게 빨리 베낄지 궁리하던 처지에서 IBM·HP·인텔 등 쳐다보지도 못했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소니·마쓰시타·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제친 지 오래다. 브랜드 조사업체 인터브랜드가 선정한 전 세계 브랜드 순위에서 올해 삼성은 9위를 기록해 처음 10위 안에 들었다. 도요타(10위)·디즈니(13위)·HP(15위) 등 굴지의 브랜드는 이미 삼성의 뒤에 위치했다. 1980년대 이 회장이 그렇게 선망하던 IBM(3위)도 목전에 두고 있다.
경영능력의 바로미터인 실적에서도 이 회장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 1987년 2100억원 수준이었던 순이익은 10년 만인 1997년(2조7700억원) 10배 이상 급증하더니 24년 만인 지난해에는 20조3000억원으로 불었다. 25년 사이 삼성의 내실이 100배 가까이 튼실해진 것이다.
1987년 17조400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 역시 지난해 274조3000억원까지 커졌다. 올해는 무려 383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그 사이 1조원 정도였던 주식의 시가총액은 303조원(지난달 기준)으로 300배 이상 불어났다. 10조원 규모의 자산은 440조원 안팎으로, 63억달러 규모의 직접 수출액도 올해는 1567억달러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는 어느새 세계 최대 전자업체에 등극했다. 그 바탕에는 반도체가 굳건히 버텨줬다. 이 회장의 반도체 사랑은 현재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의 창립기념일이 11월1일인 것도 1988년 당시 삼성전자가 삼성반도체통신을 흡수 합병한 날을 기념한 것이다. 모태인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의 창립일이 1969년 1월13일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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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삼성은 무수히 많은 스타 경영자도 배출했다. 윤종용·이윤우·이기태·황창규·진대제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명장들이 탄생했다. 현재 삼성 미래전략실을 이끌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을 비롯해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등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우겠다는 이 회장의 다짐이 이들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987년 10만명 수준이었던 삼성 임직원도 25년 사이 42만명(2012년 예상)까지 증가했다. 삼성의 주요 계열사는 대졸 인재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여전히 목말라하고 있다. 안주할 법도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미래를 향해 있다. “앞으로 예상하지 못한 변화들이 나타날 것이다. 기존의 틀을 모두 깨고 오직 새로운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2012년 신년사 중에서) ‘경영의 신’ 이 회장은 이미 새로운 25년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다음달 1일로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는 이 회장의 입에서 어떠한 화두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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