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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택과 집중’…화학·바이오 ‘내실경영’, AI·반도체 ‘전폭투자’

김경은 기자I 2024.06.30 16:07:56

SK하이닉스에 5년간 103조 투자…AI에만 82조
최태원 "AI·반도체 공급망 리더십 강화"
219개 계열사 줄이고, 붙이고…단계적 추진
최영찬 SK온 총괄사장 SK E&S로 이동해 전략지원

[이데일리 김경은 최영지 기자] SK그룹이 계열사들에 대한 사업 리밸런싱(재조정)을 공식화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라 그룹의 투자 재원 배분도 대폭 조정될 전망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경영전략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제공
219곳 계열사 줄인다…‘SK온 살리기’에 SK E&S 활용할 듯

30일 SK그룹은 28~29일 CEO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전략 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계열사별로 중복 투자했던 신규 사업 투자를 한 곳에 모아 계열사 간 시너지를 추구하고 계열사 수도 조정한단 방침이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계열사 간 합병 등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이 없었으나 실무적 검토를 거쳐 추후 계열사별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날은 큰 틀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의 자리였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현재 SK그룹의 계열사는 총 219곳으로 국내 그룹사들 가운데 가장 많아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삼성 63곳, 현대차그룹 70개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서는 업종이 겹치는 계열사도 상당수다. 다이오드·트랜지스터 및 유사 반도체 소자 제조업, 건설업, 화학 제조업, 에너지 사업 등에서 사업이 겹치는 계열사들을 비롯해 적자가 지속하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정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적자가 지속하면서 수조원대 설비투자(CAPEX)로 재무적 부담을 안고 있는 ‘SK온 살리기’ 전략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SK그룹 내 대표적 재무·전략통으로 꼽히는 최영찬 SK온 총괄사장이 7월 1일자로 SK E&S 미래성장총괄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계열사 내실화를 위한 구조조정 작업을 지원할 것이란 관측이다.

각 사는 합의한 방향성에 맞춰 올 하반기부터 각 사별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최태원, ‘AI 밸류체인 리더십, 에너지 솔루션’ 성장 비전 강조

운영효율화를 통한 지속가능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SK그룹은 이날 AI·반도체 투자를 골자로 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미래성장전략도 미세조정했다.

‘새로운 전환 시대’를 맞아 선제적이고 근본적 변화를 주문한 최태원 회장은 미국 출장 중 화상 회의로 참석해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라며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솔루션’ 분야도 성장기회로 꼽았다. 다만 미래 유망 사업으로 추진해 온 그린·화학·바이오 사업에 대해선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 경영과 질적 성장을 택했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원의 투자재원을 확보, 운영 개선을 통해 3년 내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단 목표다.

SK그룹의 AI·반도체의 핵심 계열사인 SK 하이닉스에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 이 가운데 HBM 등 AI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텔레콤, SK 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3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SK그룹은 7월 1일부로 수펙스추구협의회에 곽노정 SK 하이닉스 사장이 지휘하는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해 계열사 간 시너지를 강화한단 계획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SK하이닉스가 HBM 등 AI반도체 시장 선도 등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1차 목표이고, 2차 목표는 AI, 반도체 밸류체인 내에 있는 계열사의 제조업 등 주력사업 강화”라며 “AI, 반도체가 뒤떨어지면 그룹 전체가 뒤떨어지게 되는 것을 인식하고 거액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욱 전 SK하이닉스 부회장 시절부터 AI, 반도체를 활용해 SK그룹 내 제조업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고민했었고 이번 조치가 그 후속조치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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