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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시각도 없지 않다. 북한 발표가 단순히 핵·ICBM 실험 중단에 맞춰지면서 ‘핵 포기’라는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특히 북한이 공개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보면 북한은 이를 ‘핵 군축의 논리’로 설명했다. 핵 군축은 ‘핵보유국’이 쓰는 단어다. 사실상 북한이 “우리는 핵 무력을 완성한 핵보유국”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실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1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발표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북한이 마치 ‘핵보유국’ 행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이 과거 북한의 수차례 약속 불이행을 거론하며 “핵 포기 언급이 없었다”(워싱턴포스트) “핵 포기를 할지가 관건”(뉴욕타임스)이라고 우려를 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종의 ‘대내용’ 선전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간 주민에게 ‘핵보유국’임을 과시해온 북한이 느닷없이 ‘비핵화’를 밝히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핵 군축 논리로 주민을 이해시킨 뒤 향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이야기하는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밖으로는 ‘비핵화’를 통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을 약속받고 안으론 ‘핵보유국’을 강조하는 논리로 포장하려는 심산”이라고 했다.
북한 발표는 미 국무장관 후보자이자 현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마이크 폼페이오가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1일) 극비 방북해 김정은(오른쪽) 국무위원장과 회동한 지 정확히 3주만에 나왔다. 양측이 CIA·정찰총국 간 정보채널을 가동해 물밑조율을 해왔던 만큼 사전 통보는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교감 속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북한 발표 후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환영 트윗을 날린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트럼프는 17~18일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연일 낙관론을 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브리핑을 받은 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중립지역에서 개최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와 같은 유럽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동남아시아의 한 장소가 거론된다”며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 중순에 여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정상회담의 3대(大) 요소 중 의제는 물론 시기·장소도 좁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양측이 정상회담의 얼개는 어느 정도 합의한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