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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아니라고?”..'시지프스'에 등장한 LG '투명OLED', 영토확장 나서

신중섭 기자I 2021.02.21 16:05:01

LG디스플레이, SF드라마에 투명 OLED 협찬
전세계서 LGD가 유일 양산…55인치 풀HD급
지난해 중국 베이징 지하철 창문용 공급
자율주행차·스마트베드 등 상용화 확대 나서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세계적인 IT회사인 ‘퀀텀앤타임’ 창업자이자 천재 공학자인 한태술(조승우 분) 회장의 방.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방에는 ‘재벌 공학자’의 방답게 각종 전자 기기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방 한가운데서 방송 뉴스를 송출하는 투명 디스플레이가 유독 눈길을 끈다. 얼핏 보면 유리칸막이 같기도 한 게,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CG)을 통해서나 나올법한 제품이지만 이는 LG디스플레이(034220)가 실제 양산 중인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다.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에 등장한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위)와 스시바에서 파티션겸 디스플레이로 쓰인 투명 OLED.(사진=JTBC 드라마 시지프스 캡처·LG디스플레이)


LGD 유일 양산 ‘투명 OLED’…베이징 지하철 탑재 등 상용화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방영을 시작한 조승우·박신혜 주연의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에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가 협찬 제품으로 등장한다. 시지프스는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판타지 SF드라마로 방영 초기부터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투명 OLED’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중요한 SF 드라마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 투명 OLED를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파주 공장에서 55인치 풀HD급 투명 OLED를 양산하고 있다. 드라마 시지프스에서 나오는 투명 디스플레이도 이 55인치 투명 OLED를 4장 이어 붙였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투명 OLED의 투명도는 40%대에 달한다. 일반 유리의 투명도가 70%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기존 상용화된 투명 LCD는 투과율이 10%대로 낮아 활용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를 상당 부분 개선해 실제 수요로 이어질 수 있게 했다. 특히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이 픽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로 투과율을 높이기에도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해상도와 시야각 등에서도 투명 LCD를 앞선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부터 ‘투명 OLED’를 상용화하며 영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초기에는 매장 쇼윈도와 같은 옥외 광고용으로 주로 활용해왔다면, 이제는 방송·공연·전시 업계로 활용처를 늘려가며 투명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에 시동을 걸고 있다.지난해엔 총선 개표 방송에서도 활용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엔 중국 베이징과 심천 지하철 객실 차량 내 창문용 투명 OLED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베이징(6호선)과 심천(10호선) 지하철 객차에 탑재된 55인치 투명 OLED는 승객들에게 △열차 운행정보 △위치정보 △지하철 환승정보 △실시간 항공편 정보 등 교통정보를 비롯해 일기예보, 뉴스 등 생활정보 서비스까지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스마트베드·스시 바·자율주행차 등 시장 확대 전망

실제 수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투명 OLED’의 적용 사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제안하고 있다. 지난달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는 침대 프레임에서 올라오는 투명 OLED로 날씨확인·TV시청 등을 할 수 있는 ‘스마트 베드’를 비롯해 바깥 풍경와 노선도 등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지하철 객실 유리창, 스시 바에서 가림막 역할뿐 아니라 메뉴 확인·TV시청까지 가능한 파티션겸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프레시언트&스트래티직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은 2018년 5억 2400만 달러(약 6400억원) 규모에서 2024년 49억 3300만 달러(약 6조원) 규모로 연 평균 46% 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앞으로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자율주행차’에도 투명 디스플레이가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탑승자의 인포테인먼트를 위해 앞 유리를 투명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글로벌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LG디스플레이의 OLED를 활용한 차세대 스마트 객실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7~2018) 출원된 투명 디스플레이 특허는 총 280건으로, 그 중 절반 이상인 147건(52.5%)이 LG디스플레이가 출원했다. LCD 업계를 점령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에 나선 중국 BOE도 맹추격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기술격차가 수년 이상 벌어진 것으로 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투명 OLED는 OLED의 장점을 극대화한 기술로 쇼핑몰과 건축 인테리어, 자율주행차, 항공기 등 모빌리티 분야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며 “기존 디스플레이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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