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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윤석열, 깊이 개입 의심"...'녹취록' 본 심경 밝혀

박지혜 기자I 2020.07.24 10:01:3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동재(구속)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의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인지 정도를 넘어서 더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의심한다”고 밝혔다.

유 이사장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자신의 이름이 여러 번 언급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통화 녹취록을 본 심경을 전했다.

그는 “빈 총도 맞으면 기분 안 좋은데, 제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이 관련자가 됐다”며 “오늘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는데 저보고 오라고 안 하더라. 저도 할 얘기가 있다. 녹취록 보고 나서 왜 이 사건이 일어났고, 왜 이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녹취록을 보고 “추측만 했던 여러 일이 실제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많구나”하고 느꼈다는 유 이사장은 “이게 밀실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관계를 다 드러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마치 고생물학자들이 뼈 몇 조각 갖고 티라노사우루스 전체 모양을 추측해내는 것처럼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선 이 사건은 작년 8월 2일 시작했다. (포털사이트에서) 유시민, 신라젠 검색어 넣고 시간 역순으로 보면 최초의 기사가 뜰 것”이라며 “작년에 신라젠의 펙사벡이란 항암제 국제 3상이 실패로 판명되면서 주가가 폭락한 직후다. 그때 투자자들이 굉장히 화가 났기 때문에 누군가 책임을 물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때 그분들 대리하는 변호사가 제가 그 신라젠과 양산에 부산대병원이 손잡고 임상연구센터 만드는 행사 협약식 가서 축사했던 걸 거론하면서 ‘그런 의혹 있다’고 얘기했다. 그게 최초”라고 짚었다.

이후 작년 11월께 기사 내용 관련 몇몇 매체의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질문을 받았다는 유 이사장은 “뭔가 진행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는 심각하지 않지만, 제가 그때 윤석열 총장과 조국 사태 와중에서 엄청나게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거 가지고 시비를 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다가 2월 초에 갑자기 많은 기자 분들한테 연락이 왔다”며 “그때 신라젠 행사에서 임원들하고 같이 찍힌 사진,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나왔을 법한 자료들을 근거로 저에게 질문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유튜브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방송 캡처)
유 이사장은 한 검사장이 녹취록에서 “유시민도 자기가 불었다”고 한 부분에 대해 “제가 분 건 아니다. 저의 활동이었기 때문에, 언론인들에게 이철 씨(신라젠 전 대주주이자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전 대표)가 대표로 있던 회사 직원들에게 글쓰기 강의한 거라든가 또는 양산에 부산대병원 행사에 임상센터 협약식에 가서 축사를 한 거라든가 다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걸 분다고 표현을 했더라”라고 반응했다.

그는 녹취록에서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그때 말씀하셨던 것도 있고” 라고 한 부분에 대해선 “‘그때’가 2월 5일 무렵이라고 본다”며 “왜 그러냐면 2월 5일 언론에서 크게 보도한 게 윤 총장이 서울남부지검 신라젠 수사팀에 검사를 보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라젠 수사팀 보강 보도에 전부 제 이름이 나왔다. 그리고 채널A가 낸 진상조사보고서에 보면 이동재 기자가 사회부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 법조팀 단톡방에 신라젠 관련해서 저를 잡으려고 취재한다는 걸 올린 게 2월 6일이다. 그래서 저는 한동훈 검사와 이동재의 만남이라는 것은 대개 2월 5일경에, ‘그때 말씀하신 것도 있어서’라고 말하는 건 대개 2월 5일 그 어름일 거라고 추측한다”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이철 씨를 압박할 수 있었던 근거는 이철 씨가 VIK에서 했던 자금조달 방식이 크라우딩펀드다. 서태지 공연이라든가 영화라든가 건별로 해서 크라우딩펀드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았는데 이게 건건이 다 기소할 수 있다. 이철 씨가 12년을 받고 또 2년 6월을 (선고) 받았는데 그때 공소장에 포함돼 있지 않은 크라우딩펀드 건이 몇 건 더 있다. 이건 기소를 아직 안 했다”며 “계속 쥐고 있으니까 그걸로 언제든지 기소할 수 있다. 그래서 이철 씨를 더 법적으로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찰이 이미 수단을 갖고 있었다. 그것을 이동재에게 알려줬다고 본다. 그래서 대개 2월 5일 무렵에 아웃소싱한 거다. 이 사건은 아웃소싱이라고 사건이라고 본다. 외주를 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한명숙 총리 사건 때 보면 고인이 되신 한만호 씨를 검찰청에 약 70번을 부르고 취조 조사기록을 남긴 건 4, 5번밖에 안 된다. 나머지 65번 불러 다가 고통을 준 거다. 노무현 대통령 사건 때는 박연차 씨를 그렇게 했다. 조국 교수 때는 가족을 인질로 잡았다. 그런데 이게 다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도 출범하고 위험한 일이 됐다”며 “검사들이 시대가 바뀌어서 수십 년간 해오던 일인데, 자기 손으로 잘못하면 걸리게 됐다. 그래서 이걸 외주를 줬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왼쪽)과 한동훈 검사장(사진=뉴스1)
그러면서 “이동재 기자가 조국 사태 와중에 단독 보도를 거의 30건 가까이 했다. 그러니까 채널A가 단독을 단 보도를 최고 많이 한 언론사인데 그 보도 35건 중에 30건 가까이 이동재 기자가 했다. 저는 이 커넥션은 조국 사태 와중에 한동훈 검사가 총지휘한 사람이기 때문에, 작년 국정감사장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단톡방 물어봤을 때 그 단톡방 폭파했다고 그랬잖나. 그 단톡방 중심으로 해서 계속해서 언론을 조종해오다가 그 과정에서 맺어진 신뢰관계가 있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이 신라젠 관련 축사한 명목으로 3000만 원을 받았다는 녹취록 부분에 대해선 “황당하다”며 “한동훈 검사 말이 (제가) 거기(협약식) 온 사람들한테 지식을 전달하는 범위를 넘어서 주가를 띄우는데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돈을 받고 강연한 거니까 주가조작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게 저에 대해서 뒀던 혐의다. 이건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세계관, 그분들의 삶, 경험에서는 저처럼 장관을 지낸 유명한 사람이 기차를 타고 3시간 가까이 가서 하루를 완전히 집어넣는 일정을 부산대병원에서 했는데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기차표만 끊어서 밥 한 끼 얻어먹고 왔다는 게 말이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뼛조각 하나 갖고 공룡 모양 전체를 확정할 순 없다”면서도 “이 이야기(검언 유착 의혹)를 왜 생각하느냐면 윤 총장도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많다”며 “한 검사는 윤 총장 최측근이고 오랜 동지이고 조국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참모잖나. 그러니까 이건 저는 상당히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일련의 과정에 윤 총장이 최소한 인지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말씀인가’라고 묻자 “인지 정도를 넘어서 더 깊이 개입돼 있지 않나 의심도 한다”고 답했다.

또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지시하자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제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자기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끝으로 검찰에게 자신의 말에 대해 “반박해보라”라고 전했다.

한편, 외부 전문가들이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기소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날 열린다. 특히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지난 2월 나눈 대화 녹취록을 두고 수사팀과 이 전 기자 측의 공방이 치열한 상황이어서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지난 2∼3월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캐내기 위해 이 전 대표에게 다섯 통의 편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 전 기자 측이 확인되지 않은 한 검사장과 공모관계를 전제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반발했다. 이 전 기자 측은 공모 의혹 근거 중 하나인 한 검사장과의 대화 녹취록 전문과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대화 내용을 두고 공모 여부에 대한 상반된 해석이 나오면서 검언 유착 수사의 적정성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심을 느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을 자처한 제보자 지모 씨 등이 검언 유착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공작’을 꾸몄는지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 측은 지씨가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도록 이 전 기자를 유도한 뒤에 이를 검언 유착 정황으로 만들어 MBC에 제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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