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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기업 진단]<15>HP-(上)중국서 살길 찾는다

이정훈 기자I 2015.05.25 17:31:29

中서버사업 분사후 칭화그룹과 JV설립..매출 반전 노려
상반기 실적 선방..하반기에는 분사 비용이 부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세계 2위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인 휴렛-패커드(HP)가 좀처럼 매출 둔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익은 내고 있지만 부진한 PC 판매가 외형 성장에는 발목을 잡고 있다.

조만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회사를 양분하게 되는 HP는 이제 중국시장에서의 매출 증대를 통해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다.

◇HP, 중국시장서 턴어라운드 노린다

HP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중국내 서버 사업을 분사시키는 동시에 회사 지분 과반 이상을 칭화대학이 투자해 설립한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에 매각하고 공동으로 조인트벤처(합작법인)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금과 부채를 포함해 총 45억달러 수준으로 만들어질 새 합작법인인 HC3 지분 가운데 51% 수준인 23억달러 어치는 칭화유니그룹이 갖는다.

칭화유니그룹은 칭화대학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설립된 기업으로, 지난 2013년 중국 모바일 반도체회사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과 RDA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후 중국 최대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프레드트럼 인수로 저비용 스마트폰 반도체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미국을 포함한 미주지역과 중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에서의 HP 매출액과 성장률 추이


HC3는 지난 2003년 11월 중국 네트워크장비업체 화웨이와 쓰리컴(3com)의 합작회사로 시작했고 HP는 2010년 쓰리컴을 인수하면서 H3C도 함께 인수하게 됐다. 특히 HC3는 중국내 최대 네트워크 업체로 올라서게 되고 서버과 스토리지, IT 서비스에서도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연간 매출액은 31억달러, 영업이익도 4억달러, 종업원은 8000명 수준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자국내 반도체분야를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칭화유니그룹의 인수도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지원 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100억위안을 칭화유니그룹에 투자할 계획을 지난 2월에 발표한 바 있다.

멕 휘트먼 HP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HP를 두 개의 회사로 나누는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중국시장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체 매출 부진을 반전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 합작법인은 방대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는 동시에 세계적 수준의 칭화대 연구 노하우를 기반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상반기 실적 선방..하반기는 비용부담

HP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상태다. 비용 절감으로 인해 이익은 안정적으로 늘고 있지만 매출액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공개된 HP의 올 회계연도 2분기(1~3월) 순이익이 10억달러, 주당 55센트를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1% 감소했다. 다만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주당 87센트를 기록해 86센트였던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 줄어든 255억달러였다. 이는 256억3000만달러였던 시장 전망치에 못미쳤다.

휘트먼 CEO는 “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상반기를 이 정도로 선방한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한 구조조정 프로그램 덕에 3년간 30억달러 이상 비용 절감을 이루고 있다. 4만8000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

전반적인 비용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2분기중 발생한 비용은 24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5.7% 줄었다. 이는 시장 예상보다 개선된 것이다. 셰블리 세이라피 FBN 애널리스트는 “2분기 비용이 예상보다 낮았고 분사에 따른 비용 절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3분기(4~6월)에는 조정 순이익이 주당 83~87센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87센트인 시장 전망치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HP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분사작업으로 인해 4억~4억5000만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향후 3년간 엔터프라이즈 서비스에서 구조조정 비용이 20억달러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로의 분사 이후 10억달러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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