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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간판 바꾸자'…식품사 개명 열풍에 담긴 심리는

전재욱 기자I 2021.05.24 11:00:00

맘스터치 사명 변경하고 영업익 사상 최대 달성
유통진출하고자 반세기 넘은 이름 버린 에치와이
기업 이미지 쇄신에 즉효이지만 비용 수반은 리스크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이름 바꾸고 분기 최대 이익을 내는가 하면, 반세기 넘은 이름을 과감하게 버리기까지. 식음료업계 개명 열풍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업 저마다의 처지를 짐작할 만해 흥미롭다. 개명 전략에 담긴 기대감과 따라오는 리스크 사이에서 줄을 타는 생존 심리를 짚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24일 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앤컴퍼니는 올해 1분기 영업익이 전년보다 81.4% 늘어난 83억원을 기록했다. 급여 등 비용을 관리한 결과가 반영된 결과이지만, 이 회사가 2015년 상장한 이래 1분기 영업익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1분기에 롯데리아를 매장 수로 앞선 데 이어 나온 성적이다. 현재 매장은 맘스터치 1333곳, 롯데리아 1330곳이다.

지난 3월 사명을 해마로푸드서비스에서 바꾼 시점과 맞물려 나온 것이라서 고무적이다. 회사가 가진 대표 프랜차이즈 브랜드 맘스터치와 사명을 일치시켜 가맹 사업에 주력하려는 것이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사명으로 가져와 대외 인지도를 강화하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반대로 브랜드와 사명을 분리하는 것도 전략이다. 올해 3월 한국야쿠르트에서 사명을 변경한 에치와이가 사례다. 1969년 설립(당시는 한국야쿠르트유업)하고 한결같이 유지해왔으나 과감하게 이름을 바꾼 이유는 사업 확장성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해마로푸드에서 사명을 변경한 맘스터치앤컴퍼니.(사진=맘스터치앤컴퍼니)
회사가 유통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는데 야쿠르트가 들어간 사명은 제조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터에 시장에서 유통기업으로 인식되는 데 한계가 있자 52년 된 이름을 버린 것이다.

두 회사가 사명을 바꾼 이유를 견주면 대비된다. 맘스터치는 집중을, 에치와이는 확장을 위한 결정이다. 사명은 아니지만 올해 3월 커피브랜드 할리스가 할리스커피에서 브랜드를 바꾼 것도 에치와이와 같은 맥락이다. 커피를 넘어서 음료와 식품 브랜드로 키우는 차원이었다.

이유는 여럿이지만 사명 변경이 기업 인식을 바꾸는 데에 일조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올해 3월 화장품 제조사 블러썸엠앤씨가 휴온스블러썸으로 사명을 바꾼 것이 최근 사례다. 회사는 지난해 회생절차를 신청해서 올해 매각돼 주인이 바뀌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동시에 부실기업 이미지를 떼려는 게 주된 목적이다. 앞서 식음료 기업 건강한사람들이 2019년 남양에프앤비에서 사명을 바꾼 것도 꼽힌다. 모기업 남양유업이 여론 입길에 오르내리던 상황에서 내린 조치였다.

한국야쿠르트(왼쪽)에서 변경한 에치와이 CI(사진=에치와이)
이런 효과는 비단 식품·유통업계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여하한 이유에서 올 들어 회사 이름을 바꾼 상장사(유가·코스닥)는 46곳이나 된다.

그러나 사명 변경은 위험을 안고 가는 것이다. 이름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우선이다.

던킨은 2018년 사명을 던킨도너츠에서 바꿨는데 리브랜딩(Rebranding)에 10억 달러(현재 기준 약 1조1300억원)가 들어갔다고 외신은 전했다. 동종업계는 아니지만 DB손해보험이 2018년 동부화재해상보험에서 사명을 변경한 데 따라 지출한 비용은 연간 2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되레 제한적인 사명을 고수하는 것도 전략이다. 농협협동조합으로 설립한 서울우유와 부산우유처럼 지역색이 짙은 조직명이 꼽힌다.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는 데에 제약인 것이다. 다만 거꾸로 보면 해당 지역에서 기반을 확고하게 가져가는 이점이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사명 변경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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