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공룡’ 유니클로·H&M·에잇세컨즈·스파오·자라 등 국내외 SPA(제조·직매형의류) 브랜드들은 지난달 20일 동시에 여름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삼성에버랜드 에잇세컨즈는 이달 31일까지 여름시즌을 마무리하는 ‘슈퍼 세일’을 진행 중이다. 봄·여름 대표 상품인 티셔츠, 핫팬츠, 수영복, 원피스를 비롯해 신발, 양말 등 액세서리까지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H&M도 에잇세컨즈와 같은 날 최대 60% 세일 행사에 들어갔다. 스파오와 유니클로도 올 봄 여름 신상품을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최대 50% 할인해준다. 재고 소진 효과와 함께 떨어진 매출을 늘리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날 찾은 명동 거리도 의류 매장마다 요란하게 할인행사를 홍보하고 있었다. 매장 입간판에는 최대 30~50% 광고 문구가 안 걸린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명동 A의류 매장 한 관계자는 “장기화된 불황에 날씨도 도와주지 않아 전년도에 비해 매출이 좋지 않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할인행사에 뛰어드는 것 같다”며 “집객 효과도 있고 다른 매장들도 할인을 내세워 이벤트를 하고 있어 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인기 아웃도어 의류들도 시즌 오프 세일이 한창이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최대 50%가량 할인 판매에 나섰다. 컬럼비아, 네파 등도 여름 세일에 들어갔고, 노스페이스는 구매 금액별로 사은품 증정 행사를 벌이고 있다. 상황은 제화업체들도 마찬가지다. ABC마트, 레스모아 등도 경쟁적으로 할인행사에 동참했다.
업계에서는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이 같은 할인 행사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할인 행사로 인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할인 폭은 점차 낮아져 할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노세일 브랜드들도 백화점 할인 행사에 동참하자 소비자들의 배신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 약수동에 사는 황유미씨(여·36)는 “너무 많은 할인 행사가 이어지고 있어 기존 가격에 거품이 낀 게 아니었는지 의심마저 든다”면서 “과도한 세일과 무분별한 할인율로 브랜드 가격정책에 불신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업체들도 원재료 상승 등 힘든 부분이 많지만 지속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도록 애를 쓰고 있다”며 답답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