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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60돌]⑧최경수 "거래소 구조개편으로 세계 톱7 노린다"

유재희 기자I 2016.03.01 14:33:00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특별인터뷰
거래소 지주사 전환·IPO 세계 경쟁력 강화 위한 필수
"글로벌화·혁신 없다면 자본시장 도태 불가피"
"기업 자금조달 기능 및 투자자 선택폭 확대"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거래소가 발전해야 한국의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체계와 기업공개(IPO)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금 전세계는 하나의 시장을 향해 서로 주고받고 경쟁하는 체제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시장 관리·운영을 넘어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등 변화해야 합니다. 지난 60년 우리 증시는 증권·파생상품시장이 균형 있게 발전하면서 신흥국의 벤치마크 대상이 됐고 동남아 등 수출을 통해 금융영토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미래 60년은 한 단계 더 도약해 글로벌 톱 7에 진입하는 게 목표입니다.”

올해 한국 자본시장이 60주년을 맞았다. 60년 역사 속에서 양적·질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최근 변화의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한국거래소가 있다. 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 거래시간 연장 추진 등 시장 제도 개편은 물론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IPO) 추진까지, 글로벌화를 위한 혁신에 시동을 걸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서서 변화를 진주지휘하고 있는 이가 바로 최경수 이사장이다.

최 이사장은 지난 60년의 성과에 만족하지 하지 않는 듯했다. 오히려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자본시장이 경제 활력 저하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성장 추세가 둔화되는 등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데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로 심각한 유동성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세계 거래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그는 올해 거래소 구조개편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새로 쓸 희망 60년의 역사를 열어나가기 위해 거래소의 체질을 개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정말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거래소 수장을 맡아 지금까지 왔습니다. 2009년 이후 6년간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는 동안 세계 거래소들은 종전 시장관리운영기관에서 탈피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 육성하고 합종현횡·사업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갔습니다. 우리가 경쟁에서 더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추진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할 일은 많은데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다 보니 요즘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는 미래 60년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서둘러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주회사 전환을 꼽았다. 우리 자본시장의 독점구조를 경쟁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데다 현행 체제로는 글로벌 거래소 수준의 사업 다각화 추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체거래소(ATS) 출현이나 장외시장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 현실에서는 지주회사 산하의 시장 자회사 간 경쟁 체제가 자본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자회사별 명확한 성과 평가와 독립채산제를 통해 성과 중심의 조직운영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신상품 개발, 시장간 차별화, 상장유치 경쟁 등 실적개선을 위한 시장간 경쟁 및 혁신 노력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체제로는 사업 실패의 위험이 곧바로 기업 전체로 전이될 수 있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신규 사업 투자를 과감히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최 이사장은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쟁체제는 결국 한국의 자본시장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제조업 중심의 전통 산업만으로 성장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인 스타트업 기업과 혁신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하는데 거래소의 구조개편이 ‘혁신·벤처 기업의 발굴과 육성’의 동기부여를 제공할 것이란 얘기다. 현재는 오랜 독점과 비경쟁체제로 앉아서 기다리는 구조이다 보니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시장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부응해 스타트업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모험자본시장을 육성하는데도 주안점을 둘 것입니다. 코스닥본부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기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크라우드펀딩 포털서비스’와 크라우드펀딩 기업 등의 주식을 유통하는 ‘프라이빗 마켓(Private Market) 플랫폼’, ‘M&A 정보 중개망’ 등을 새롭게 구축하고, 창업 초기 기업의 인큐베이터로서 코넥스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진입요건을 완화하고 투자수요를 확충할 것입니다. 더불어 파생상품,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공급해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거래정보저장소(TR), 장내외 중앙청산소(CCP), IT 시스템 해외 수출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한 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수익성 중심의 구조 재편으로 공공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일뿐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공공성과 국민 자산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거래소의 공공성 기능은 자율규제와 시장감시가 있습니다. 독립 기구를 통해 시장 감시자·심판자로서 불공정거래를 예방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는 업무는 기본적으로 수행하되 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자본시장으로 유치하고, 다양한 상품 개발 등을 통해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혀 국민의 자산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최 이사장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글로벌화’와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세계화를 위해 관행과 제도도 글로벌 추세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한국 자본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존 코터의 ‘변화의 리더십’을 인용해 거래소의 나아갈 방향을 설명했다.

“존 코터는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는 오늘날 변화가 일시적인 것에서 지속적인 것으로 바뀌고 있으며,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과거의 성공에 취한 자만심과 무사안일주의,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 ‘희망이 없다’는 분노와 실패감을 뛰어넘어 할 수 있다는 확신에 근거한 겸허하고 건강한 위기감이야말로 조직의 성장과 성공적인 변화를 위한 첫 열쇠라는 생각입니다. 우리 자본시장도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60년을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기틀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최경수 이사장은…

경북 성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석사를, 숭실대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과 세제실장, 서울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증권 사장을 지냈다. 이어 2013년 10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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