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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DMB, 참여정부 실패작 낙인.."지난 9년간 홀대"

김유성 기자I 2017.09.24 14:53:25

'한국DMB' 김경선 대표 "사실상 방치, 진흥 기회 놓쳐"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참여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죠. 그때 만났던 청와대 인사와의 대화가 아직 생생해요. DMB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자, 그 사람은 참여정부에 행정 소송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 정부의 실패한 정책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사기 분양을 당한 것이라고 했어요. 당시 신정부(이명박 정부)는 DMB를 과거 정부의 실패작이라고 낙인 찍었던 거죠.”

지상파DMB 전문 기업 한국DMB의 최대 주주이자 대표인 김경선 옴니네트웍스 대표가 회한에 젖어 말했다. 8~9년 전 당시 일이 생생했다고 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정보통신부가 주도해 만든 ICT 서비스 중 적장자(嫡長子) 격이었던 지상파DMB는 그렇게 ‘고아’가 됐다.

김경선 한국DMB 대표
출범 2~3년만에 ‘방치’된 지상파DMB는 홀로 시장에 자리 잡아야 했다. 거대 지상파 방송사와 한 묶음으로 규제도 받았다. 지상파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 내용도 심의 대상이었다. 광고 영업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모바일 방송으로서 장점을 살리기 어려웠다.

추가 투자를 위해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했다. 이마저도 ‘외국인 출자 제한’ 등의 직접 규제를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갈래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DMB 등 지상파DMB 전문 업체들은 지난 12년간 적자에 시달렸다. 경쟁 모바일 방송의 등장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지상파DMB의 주축이었던 KBS·MBC·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이 자체 OTT(Over the Top)와 UHD플랫폼에 집중하면서 화질 등 서비스 개선도 뒤늦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상파DMB가 우리나라 모바일 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전했다. 특히 스마트폰 산업에 있어 국내 시장을 빼앗기지 않는 ‘무기’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2009년 아이폰이 상륙했을 때 옴니아2 등 국내 스마트폰이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기능이 ‘지상파DMB 시청 가능’이었다”며 “네비게이션 가격이 100만원 넘던 시절 팔릴 수 있었던 것도 지상파DMB 덕분이었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처럼 지상파DMB를 시청 하는 인구는 국내에서만 800만이 넘는다. 일부 지상파 방송사 채널의 화질 저하, 난시청 등의 문제점이 있지만 무료로 지상파 TV를 모바일로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이다. 재난 시에 재난방송매체로도 쓰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대안은 ‘결합광고’ 도입이라고 김 대표는 꼽았다. 결합광고는 방송 생태계 다양성을 보장하고 지방 영세 지상파 사업자들을 돕기 위해 지난 2012년 제정된 제도다. 인기 많은 지상파 방송사 광고를 구매하려면 종교 방송이나 지방 라디오 방송의 광고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홀로 광고 수주가 어려운 라디오 방송의 경우 결합광고 매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김 대표는 “지상파DMB는 재난방송으로 비싼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고도 모바일 방송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매체”라며 “DMB는 실패한 매체가 아니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해외 수출도 가능하고 실제 논의도 있었다”며 “다만 국내 사업이 개선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4일 김 대표가 있는 옴니네트웍스를 한국DMB 최대주주로 인정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창업했던 옴니텔을 올해 초 매각하면서도 지상파DMB 사업을 하는 옴니네트웍스만큼은 남겨 놓았다. 방송 사업에 대한 미련 때문이다. 그는 자본잠식을 우려한 방통위에 ‘사재를 털어서라도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1990년대 후반 성공한 벤처 창업가였던 김 대표는 2005년 지상파DMB 사업에 공모했다. 컨소시엄을 만들어 응했고 자신의 돈 122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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