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코스닥 10년)①급성장의 그늘..저질(低質)

김세형 기자I 2006.06.30 14:01:01

IT에서 A&D·게임 거쳐 바이오·엔터테마 코스닥 풍미
기대만으로 급등→거품붕괴 반복..불공정거래도 가세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코스닥시장이 오는 7월1일로 개설 10주년을 맞는다. 시가총액 8조6000억원으로 출발했던 아시아 변방 신흥시장이 10년이 지난 지금은 시가총액 61조7000억원으로 세계 4위 규모의 신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상장법인수도 343개에서 927개로 1000개 가까이 되고 있다. 영욕의 코스닥 10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조망한다. [편집자주]

화려한 외형과 달리 코스닥이 제대로 된 주식시장인지는 여전히 검증 단계다. 급등락을 반복하고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지면서 신뢰도에 먹칠을 하곤 한다. 일부에서는 코스닥이 저질만 남게 되는 레몬 마켓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 이런 평가를 내리는 것은 제대로 된 실적이 아니라 단순한 기대감으로만 평가받고 큰 후유증을 남기는 테마주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당초 코스닥시장이 성공하지 않은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원으로서 탄생했기 때문에 테마주가 잉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던 게 문제.

테마주는 장이 좋을 때는 탄력적으로 올랐지만 한 번 꺾이면 끝을 알 수가 없었다.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도 손실. 하지만 테마주의 광풍이 불고간 자리엔 언제나 불공정거래가 실처럼 따라오면서 투자자들을 두 번 울렸다.

초창기 실적도 없이 테마바람을 타고 급등했던 기업중 몇 년이 흐른 지금 주목받는 기업으로 안착한 기업은 매우 드문 실정이다. 테마 무용론은 계속 증명되고 있지만 여전히 테마주는 성행하고 있다. 오히려 테마가 발생하면 환호하는 세력들도 있다.

코스닥시장이 개장직후부터 테마주와 횡행했던 것은 아니었다. 96년 7월 개장한 뒤 1년여가 지나 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것도 있지만 그 당시 벤처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벤처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했다.

IMF를 수습하던 와중에 정부가 벤처를 경제의 돌파구로 정하면서부터다. 첨단 정보기술(IT)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나온 데 이어 99년 5월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테마주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붐까지 일면서 더 강화되는 모양새였다.

이 시기는 코스닥 자체가 테마였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초창기 벤처에 투자해 놨다가 코스닥에 올라가면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엔젤 투자로 불린 장외 투자가 몹시도 성행했다. 그래도 가장 앞서 나갔던 테마는 IT테마였다.

새롬기술(현 솔본), 장미디어, 터보테크, 로커스(현 벅스인터랙티브), 골드뱅크(현 코리아텐더), 다음, 메디슨 등이 대표적이다. 새롬기술(표 참조)의 경우 99년 8월 2575원에서 시작했지만 2000년 2월 30만8000원까지 11861.2% 치솟았다. 다음은 99년 11월 1만1200원에서 2000년 1월 40만6500원까지 36194.6% 급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천문학적인 상승률이다.



하지만 2000년초 전세계적인 인터넷붐이 꺼지면서 이들 주가에 끼어있던 거품도 일순간에 꺼져 버렸다. 다음의 경우 1년이 지났을 때는 1만원대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새롬기술 주가는 2000년 12월에 5500원까지 내려갔다. 불공정거래 등 벤처 관련, 비도덕적인 사건도 연달아 불거져 나오면서 벤처기업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땅에 떨어졌다.

2000년초 이들 원조 테마주들이 꺾인 뒤 A&D(인수후 개발) 테마주가 바통을 이어 받는다. A&D는 굴뚝 기업을 인수, 첨단 IT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시장에서는 아주 매력적으로 받아 들여졌다. 리타워텍, 동특, 신안화섬, 바른손, 와이앤케이, 케이알 등이 A&D주였는데 단연 리타워텍이 선봉에 섰었다.

리타워텍은 파워텍이라는 회사가 변신한 것으로 변신전 1760원이던 주가가 36만2000원까지 2만%가 넘게 상승, IT 거품 붕괴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러나 곧바로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채 1년이 안돼 사라지는 테마가 돼 버렸다. A&D라는 개념 자체도 M&A에 흡수되는 등 입밖에 내기가 꺼려지는 단어로 전락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IT 경기 불황을 타면서 코스닥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말 코스닥지수가 거품이 꺼진 2000년말보다도 14.7% 하락했다. 또 2001년초 시장의 질 개선을 위한 M&A 대책 발표도 나오면서 M&A도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테마는 있었으니 대표주인 안철수연구소가 상장된 인터넷 보안과 전자화폐가 대표적. 하지만 시장이 좋지 않아 수명은 짧았다.

2004년말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게임 테마가 또 한 시대를 풍미했다. 게임은 인터넷시대의 대표적 성공 업종이다. 엔씨소프트라는 걸출한 대표주가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면서 테마로 떠올랐다. 게임업체를 인수하는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났고 게임업을 정관에 넣는 기업도 속출했다. 게임 테마가 형성되던 시절 벤처업계에서는 만나면 중국과 게임 두 가지 이야기만 한다는 우스갯 소리도 나왔다.

두번째의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이 나오면서 M&A에 대한 규제가 다소 완화됐는 데 현재 코스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 테마가 본격 탄생했다. 바이오는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로 인해, 엔터테인먼트는 일본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퍼져 나간 한류 열풍이 근거가 됐다.

바이오에서는 산성피앤씨, 메디포스트, 코미팜 등이,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예당, 에스엠, 팬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팬텀은 골프공업체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면서 지난해 가장 탄력적으로 올랐던 종목이 됐다.

팬텀의 변신은 이전 A&D와 별반 차이가 없다. 팬텀은 모델로까지 자리 잡으면서 바이오나 엔터들은 대부분 우회상장으로 코스닥시장에 진입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는 관련 업체만 100곳이 넘고 있어 코스닥에서 무시못할 업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가도 현재는 앞서 몰락한 테마주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실정이다. 회사가 바이오나 엔터테인먼트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급등했다가 몇몇 기업에서 주가 조작 사건이 불거져 나온 뒤 실적마저 발생하지 않으면서 폭삭 주저 않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유가급등에 따른 대체에너지 업종도 테마군으로 자리 잡았다.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의 기가 꺾인 뒤 나노와 로봇이 테마주의 바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역시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으로 A&D와 차이가 없는 우회상장 형식을 애용하고 있다.

한 테마가 보통 짧게는 6개월 내지 1년 이상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온 만큼 이들의 테마 노릇도 앞으로 좀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감독당국은 우회상장의 요건을 까다롭게 해 냉정한 시장을 유도하고 있지만 새로운 산업은 계속 탄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닥 10년을 즈음해 명심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증시에 등장한 테마치고 몇몇 대표기업외에는 제대로 살아남은 업체가 몇 개나 있는가. 불같이 타오른 테마는 아주 미세한 진동으로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코스닥 10년은 말해주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